어스름한 저녁, 낡은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따라 유난히 코를 간지럽히는 짭짤한 바다 내음. 마치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고향 바닷가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목적지는 오래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동두천의 숨겨진 보석, ‘바다향기’ 횟집. 간판은 빛바랬지만, 그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활기찬 기운은 나를 설레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마치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활기찬 대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다소 혼잡스럽긴 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빼곡하게 채워진 낙서들이 이 집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나는 잠시 기다린 끝에 겨우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싱싱한 활어회는 물론이고 해산물 모듬, 석화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가격 또한 합리적이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모듬회와 함께 이 집의 자랑이라는 조개탕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들이 쉴 새 없이 테이블 위로 쏟아져 나왔다.

정갈하게 담긴 샐러드부터 시작해서, 따뜻한 생선구이, 짭짤한 꽁치, 고소한 콘치즈, 톡톡 터지는 알밥, 그리고 갓 구워낸 듯 따끈한 전까지. 하나하나 맛깔스러운 스끼다시들이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특히, 굴이 들어간 묵은지의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은 잊을 수가 없다. 곁들여 나온 멍게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마치 바다를 통째로 삼킨 듯한 싱싱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이 가격에 이런 퀄리티의 스끼다시를 맛볼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뜨끈한 조개탕이 등장하자, 테이블은 더욱 풍성해졌다. 뽀얀 국물 위로 솟아오른 싱싱한 조개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온몸을 감쌌다. 마치 10년 묵은 숙취가 한 번에 해소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개 또한 어찌나 푸짐하게 들어있는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었다. 쫄깃한 조갯살을 발라 초장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일품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회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붉은 빛깔의 참돔과 뽀얀 광어, 그리고 찰진 우럭까지.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지는 비주얼이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회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두툼하게 썰린 회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과 쫄깃한 식감은, 신선한 회만이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맛이었다.

함께 나온 쌈 채소에 회를 올리고, 쌈장과 마늘, 고추를 곁들여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져 나갔다. 신선한 회와 아삭한 채소, 그리고 매콤한 양념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쌉쌀한 맛이 매력적인 깻잎에 싸 먹는 회는 또 다른 별미였다.
회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매운탕이 나왔다. 얼큰한 국물에 라면 사리를 추가하니, 더욱 푸짐해 보였다. 펄펄 끓는 매운탕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속을 확 풀어주는 듯했다. 특히, 손수제비가 들어가 있어 쫄깃한 식감을 더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가게의 위생 상태가 최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또한, 워낙 손님이 많다 보니 다소 혼잡스럽고 시끄러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을 모두 잊게 할 만큼 ‘바다향기’는 놀라운 가성비를 자랑한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신선한 회와 스끼다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떤 단점도 상쇄할 만한 매력이었다.

특히 겨울철에는 싱싱한 석화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커다란 굴 껍데기 안에 가득 찬 탱글탱글한 굴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초장을 살짝 뿌려 한 입에 넣으니,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굴의 풍미는, 겨울 바다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름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맛과 인심은 그 어떤 고급 횟집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바다향기’는 단순한 횟집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또 동두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바다향기’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방문하여, 푸짐한 회와 스끼다시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바다향기’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잊지 못할 맛집으로 기억될 것이다.
가끔은 화려하고 세련된 레스토랑보다,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맛집이 더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바다향기’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음식과 푸근한 인심은, 지친 일상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듯했다. 오늘, 나는 ‘바다향기’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한 아름 안고 돌아간다. 동두천 맛집, 바다향기에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