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콧바람 쐬러 떠난 강원도 홍천. 목적지는 은행나무 숲이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든든하게 배를 채울 맛집 탐색에 나섰다. ‘홍천 맛집’을 검색하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다름 아닌 ‘생곡막국수’. 막국수야 워낙 흔한 메뉴지만, 이곳은 왠지 모르게 끌리는 구석이 있었다. 특히 감자전이 그렇게 맛있다는 후기가 쏟아지는 걸 보니, 이건 무조건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저 멀리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원조 생곡막국수 본점’.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묵직한 내공. 제대로 찾아왔다는 확신이 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왁자지껄한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가게 앞에 펼쳐진 작은 정원은 뜻밖의 선물 같았다. 탐스럽게 피어난 분홍빛 작약과 보랏빛 아이리스가 어우러져 싱그러운 풍경을 자아냈다. 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나 역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꽃들의 향연을 만끽했다. 식당에 들어서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손님들로 가득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지만, 다행히 회전율이 빠른 덕분에 금세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막국수와 감자전, 손두부, 편육 등 소박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막국수와 감자전을 주문했다. 특히 감자전은 꼭 먹어봐야 한다는 후기를 너무 많이 봐서, 안 시킬 수가 없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감자전이 먼저 나왔다. 큼지막한 접시를 가득 채운 감자전의 압도적인 비주얼에 입이 떡 벌어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황금빛 자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으깬 감자와 채 썬 감자를 섞어 만들었다는 감자전은, 두툼하면서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감자전을 찢어 입에 넣으니,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감자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쫄깃한 식감은, 마치 찹쌀떡을 먹는 듯했다.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아, 함께 나온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기름기가 살짝 느껴질 때쯤, 함께 나온 무김치를 곁들이니, 느끼함은 싹 사라지고 입안이 개운해졌다.
감자전을 몇 점 먹고 있으니, 드디어 막국수가 나왔다. 큼지막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막국수는,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껍질째 간 메밀로 만든 면은, 거무튀튀한 색깔부터가 남달랐다. 면 위에는 김 가루와 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향을 더했다.
이곳 막국수는 특이하게도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 스타일이었다. 테이블 한쪽에 놓인 안내문에는 막국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일단 면을 잘 풀어준 후, 동치미 국물을 적당히 붓고, 취향에 따라 겨자나 식초를 넣어 먹으면 된다고 한다.
설명대로 막국수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먼저 젓가락으로 면을 풀어 헤친 후,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을 자작하게 부었다. 새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겨자와 식초를 아주 조금 넣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니, 먹음직스러운 막국수가 완성되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크게 집어 입에 넣으니,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독특한 식감이 느껴졌다. 껍질째 갈아 넣은 메밀면이라 그런지, 향도 훨씬 진하고 구수했다. 동치미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돌아,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슴슴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막국수가 조금 심심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먹을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특히 감자전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배가되었다. 고소한 감자전과 시원한 막국수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이었다.
정신없이 막국수와 감자전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빵빵해졌다. 양이 워낙 푸짐해서,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법.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벽에 걸린 인증서들을 발견했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왔던 맛집이라고 한다. 역시 괜히 맛집으로 소문난 게 아니었다. 계산대 옆에는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손두부도 판매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배가 너무 불러, 손두부는 다음 기회에 먹어보기로 했다.

가게를 나서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네, 정말 맛있었어요! 특히 감자전이 최고였어요!”라고 대답하니, 아주머니께서 활짝 웃으셨다.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홍천 생곡막국수. 막국수도 맛있었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단연 감자전이었다. 겉바속촉의 완벽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홍천에 다시 가게 된다면, 무조건 재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손두부도 꼭 먹어봐야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은행나무 숲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은행나무 숲을 거닐며, 맛있는 감자전 덕분에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역시 여행의 완성은 맛집이다. 홍천에 간다면, 꼭 생곡막국수에 들러 감자전을 맛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