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눅눅한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다. 꿉꿉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 듯했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은 평온했다. 오늘 저녁은 13년째 단골이라는 지인의 강력 추천을 받은 생선구이 집으로 향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남구로역 근처,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고향집’이라는 곳이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푸근함에 이끌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게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훅 끼쳐왔다. 에어컨이 닿지 않는 자리였지만, 그 열기마저 정겹게 느껴지는 건 묘한 향수 때문일까. 자그마한 공간은 이미 저녁 식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벽 한쪽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큼지막한 글씨로 적힌 ‘생선구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띄었다. 모듬구이, 고등어구이, 삼치구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 결국 지인의 추천을 따라 모듬구이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웠다. 슴슴한 맛이 매력적인 콩나물무침, 짭짤한 깻잎 장아찌, 그리고 잘 익은 깍두기까지. 하나하나 직접 만드신 듯한 반찬에서는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졌다. 특히 콩비지찌개는 왕소금으로만 간을 했다는데,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생선구이가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주물판 위에 고등어, 삼치, 임연수가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생선 껍질은 바삭하게 구워져 있었고, 그 위에는 슬라이스 된 양파와 마늘이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다.

가장 먼저 젓가락이 향한 것은 임연수였다. 뽀얀 속살을 조심스레 발라 입에 넣으니, 촉촉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껍질은 어찌나 바삭한지,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소리가 났다. 간장에 청양고추가 송송 썰어져 있어, 살짝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매콤함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고등어구이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특히 주물판 덕분에 식사가 끝날 때까지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함께 나온 양파와 마늘 슬라이스를 곁들여 먹으니, 향긋함과 알싸함이 더해져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삼치구이 역시 훌륭했다.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살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기름기가 적어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듯했다.

생선구이와 함께 주문한 해물순두부찌개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기름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몽글몽글한 순두부와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생선구이를 주문하면 공깃밥이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맛있는 생선구이와 찌개를 앞에 두고, 밥 한 공기를 추가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갓 지은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혼자 운영하시는 듯한 사장님의 친절함도 인상적이었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네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에어컨이 잘 나오지 않는 안쪽 자리라 더웠지만, 사장님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고향집은 1인분 생선구이가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지만, 두 명 이상이 방문한다면 모듬 생선구이와 찌개류를 함께 시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3~4인이 함께 방문한다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대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빗줄기는 여전히 거셌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든든하게 채워진 배와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식사 덕분이었을까. 남구로에서 맛본 고향집의 생선구이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고향의 따스함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촉촉한 빗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밤, 고소한 생선 굽는 냄새와 푸근한 인심이 가득한 고향집에서의 추억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구로디지털단지 인근에서 생선구이를 찾는다면, 고향집에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고향집의 숨겨진 메뉴, 묵은지 고등어 찌개 또한 꼭 맛봐야 할 메뉴 중 하나라고 한다. 다음 방문 때는 꼭 묵은지 고등어 찌개에 도전해봐야겠다. 그리고 찌개를 주문할 때는 순두부보다는 된장찌개를 추천한다는 숨겨진 정보도 기억해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