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국물이 예술인 안산 시골막창, 몸보신 되는 흑염소 맛집 기행

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웅크리고 있던 몸살 기운을 쫓아내기 위해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문득, 지인의 추천으로 며칠 전부터 눈여겨봤던 안산의 ‘시골막창’이 떠올랐다. 흑염소 요리 전문점이라고 했던가. 왠지 모르게 낯선 이름이었지만, 뚝배기 가득 담긴 진한 국물 사진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오늘 저녁은 무조건 여기다, 싶어 곧장 차를 몰았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허름한 외관에서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묘하게 마음을 끌었다. 번쩍거리는 간판 대신, 빛바랜 듯한 ‘시골막창’ 네 글자가 정겹게 맞아주는 느낌이었다. 가게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쿰쿰한 듯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시골막창 간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시골막창의 간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흑염소 탕, 흑염소 전골, 흑염소 수육… 온통 흑염소 요리뿐이었다. 사실 흑염소는 처음이라 살짝 망설여졌지만, 몸보신을 위해 큰맘 먹고 흑염소 탕을 주문했다. 특히 점심특선 메뉴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점심시간에 방문해서 저렴하게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문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김치, 젓갈 향이 감도는 깍두기, 그리고 흑임자 드레싱이 뿌려진 양배추 샐러드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슴슴하게 무쳐낸 나물은 흑염소 탕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시골막창 밑반찬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시골막창의 밑반찬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염소 탕이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탕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속이 풀리는 듯했다. 짙은 갈색 국물 위로 듬뿍 올려진 부추와 들깨가루는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진하고 깊은 맛이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흑염소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시골막창 흑염소탕
진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시골막창의 흑염소탕

탕 안에는 큼지막한 흑염소 고기가 아낌없이 들어 있었다. 젓가락으로 살짝 들어보니, 야들야들한 육질이 그대로 느껴졌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흑염소 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특히, 푹 익은 부추와 함께 먹으니 향긋한 풍미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나는 평소에 부추나 파 같은 채소가 너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데, 이곳의 흑염소탕은 채소의 양이 적당해서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과하지 않은 채소 덕분에 국물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흑염소탕 국물
진한 국물은 밥과 함께 먹어도 훌륭하다.

어느 정도 고기를 건져 먹고 난 후, 밥 한 공기를 탕에 말았다. 뜨끈한 국물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더욱 깊은 맛을 내는 듯했다. 깍두기를 올려 한 입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함께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탕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솟아나는 듯했다. 며칠 동안 짓눌렀던 몸살 기운도 싹 사라진 기분이었다. 역시 몸이 허할 땐 흑염소가 최고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는데, 점심시간을 칼같이 지키시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신뢰감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점심특선은 포장이 안 된다는 것. 하지만 뭐, 아쉬우면 다음에 또 와서 먹으면 되니까! 다음에는 흑염소 전골이나 수육에도 도전해봐야겠다. 특히, 술 마신 다음 날 해장하러 오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백한 국물이 속을 편안하게 달래줄 것 같았다.

드넓은 초원
식사 후, 드넓은 초원을 거닐며 소화를 시키는 것도 좋겠다.

‘시골막창’에서 흑염소 탕을 맛본 후, 흑염소에 대한 나의 편견은 완전히 사라졌다. 잡내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안산에서 제대로 된 몸보신 음식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시골막창’을 추천하고 싶다.

참고로, ‘시골막창’ 근처에는 아름다운 갈대밭과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어 식사 후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갈대밭을 걷다 보면, 답답했던 마음도 뻥 뚫리는 기분이 들 것이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잠시 갈대밭을 거닐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흑염소 탕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우고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안산에 이런 숨겨진 맛집이 있었다니! 앞으로 몸이 허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종종 ‘시골막창’을 찾아 흑염소 탕으로 몸보신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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