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동에서 만나는 작은 일본, 온천집: 레트로 감성 가득한 대전 맛집 기행

대전역에서 발걸음을 옮겨 소제동 관사촌 골목에 들어선 순간, 시간 여행이라도 시작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아기자기한 가게들. 그 풍경 속에 녹아들 듯 자리 잡은 “온천집”은 마치 일본의 어느 작은 온천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 마당에는 이미 십여 명의 사람들이 오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림을 시작했다.

11시 30분, 드디어 문이 열리고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마당을 가로질러 안으로 들어섰다. 하얀 자갈이 깔린 정원은 마치 눈이 내린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온천집 외부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온천집의 외부 모습.

소제동의 옛 가옥을 개조하여 레트로한 분위기를 살린 공간은, 현대적인 세련됨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겼다. 나무로 짜인 창틀 너머로 보이는 앞마당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가을에는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 더욱 아름답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가을에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스키야키와 샤브샤브가 주 메뉴였고, 스테이크 덮밥이나 미나리 육전 같은 사이드 메뉴도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홋카이도식 샤브샤브와 스테이크 덮밥, 그리고 온천 계란 세트를 주문했다. 카레가 들어간 매운 육수와 된장 육수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둘 다 맛보고 싶어 각각 하나씩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먼저, 된장 베이스의 샤브샤브 육수를 맛보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샤브샤브 육수와는 달리, 구수하고 담백한 된장 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재료들도 하나같이 신선했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제공되는 소스들도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국내 스키야키 전문점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평범한 노른자가 아닌, 특별히 조미된 소스가 제공되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샤브샤브
구수하고 담백한 된장 육수의 샤브샤브.

함께 제공된 야채는 신선함이 눈으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붉은 빛깔의 고기와 초록색 야채, 그리고 알록달록한 소스들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야채는 마치 보물 상자처럼 예쁜 나무 상자에 담겨 나와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했다.

샤브샤브 재료
신선한 야채와 고기가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고기를 육수에 살짝 담갔다가 건져 먹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야채와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신선한 풍미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매운 육수는 신라면 정도의 맵기라고 했는데, 내 입맛에는 그보다는 덜 매운 듯했다.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육수는, 쌀쌀한 날씨에 언 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보글보글 끓는 샤브샤브
매콤한 육수가 추위를 잊게 해준다.

육수를 한 입 맛보는 순간, мимолетное (덧없는)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홋카이도의 어느 작은 식당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샤브샤브를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칼국수 면을 넣어 끓여 먹었다. 쫄깃쫄깃한 면발은 육수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칼국수 양도 적지 않아, 배부르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스테이크 덮밥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스테이크가 밥 위에 듬뿍 올려져 나왔다. 고기의 익힘 정도도 딱 좋았고, 신선한 스테이크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밥에 뿌려진 소스의 염도가 약간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의 맛과 신선도는 만족스러웠다. 특히, 덮밥과 함께 제공되는 8가지 전통 반찬은 마치 작은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스테이크 덮밥과 반찬
스테이크 덮밥과 정갈한 반찬들.

알록달록한 색감과 정갈한 모양새는 눈을 즐겁게 했고, 하나하나 맛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온천 계란 세트는 탄산음료와 함께 제공되는 삶은 계란이었는데,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굳이 시키지 않아도 될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 계란
온천 계란 세트.

식사를 하면서 유자 막걸리를 곁들였는데, 음식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은은한 유자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막걸리는, 샤브샤브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온천집”은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 훌륭한 곳이었다. 일본의 작은 온천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인테리어는, 식사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하얀 자갈이 깔린 정원은 사진 찍기에도 좋은 명소였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테이블이 너무 작아 음식을 놓기가 불편했고, 좌석 간 간격도 좁아 다소 비좁게 느껴졌다. 또한, 서빙하시는 분들의 응대가 썩 빠른 편은 아니었다. 육수를 추가하거나 국자를 더 달라고 요청했을 때, 두세 번 불러야 겨우 응답을 받을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꼭 예약을 하고 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온천집”은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분위기, 그리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대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식사 후 디저트
식사 후에는 근처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소제동에는 “온천집” 외에도 다양한 맛집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식사 후에는 근처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온천집” 바로 앞에 위치한 “풍뉴가”는 대나무 정원이 아름다운 찻집으로, “온천집”과 함께 방문하면 더욱 만족스러운 데이트 코스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총평

“온천집”은 대전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맛집이다. 일본의 작은 온천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힐링을 즐길 수 있다. 다만, 테이블이 좁고 서비스가 다소 아쉽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소제동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온천집”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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