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브런치 약속. 며칠 전부터 눈여겨 봐둔 오산의 한 브런치 카페로 향했다. 드라이브 삼아 나선 길,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드넓은 잔디밭과 분수가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질 거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렜다. ‘메르오르(Mer au sol)’, 이름처럼 땅 위의 바다가 펼쳐질까?
카페에 가까워질수록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블랙과 레드의 조화가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풍겼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카페 입구로 향하는 길, 잘 가꿔진 정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비밀 정원처럼 꾸며진 야외 공간은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높은 천장과 탁 트인 공간이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했다. 1층은 베이커리 카페, 2층은 브런치 레스토랑, 3층은 루프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2층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니 은은한 조명과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평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창가 자리는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좋은 곳은 다들 알아보는 법! 다행히 웨이팅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브런치 메뉴들이 하나같이 맛있어 보여서 선뜻 고르기가 어려웠다. 묵은지 파스타의 독특한 조합이 궁금했고, 곁들여진 채끝이 부드럽다는 비프 필라프도 놓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가장 인기 있다는 빠네와 시그니처 메뉴라는 묵은지 파스타를 주문했다. 음료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선택.
주문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부터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브런치를 즐기고 있었다. 넓은 공간 덕분에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손님들이 많아서인지 약간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드넓은 잔디밭과 분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푸른 잔디밭 위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평화로웠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이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뉴가 드디어 나왔다. 먼저, 빠네 파스타. 큼지막한 빵 속에 담긴 파스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빵 뚜껑을 열어보니, 크림소스와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한 입 맛보니, 고소한 크림소스와 쫄깃한 면발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빵을 찢어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묵은지 파스타. 톡 쏘는 묵은지의 향이 코를 자극했다. 파스타 위에 올려진 묵은지는 먹기 좋게 잘게 썰어져 있었다. 묵은지와 파스타의 조합은 과연 어떨까? 반신반의하며 한 입 맛보니, 의외로 너무나 잘 어울렸다. 묵은지의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맛이 느끼할 수 있는 파스타의 맛을 잡아주었다. 마치 김치찌개를 먹는 듯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1층 베이커리 카페로 내려갔다.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소금빵과 연유 밀크빵이 눈에 띄었다. 빵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었지만, 퀄리티는 확실히 좋아 보였다. 소금빵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함께 주문하여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햇살 아래,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짭짤한 소금빵을 음미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짭짤한 소금의 풍미가 빵의 고소한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커피는 산미가 적고 묵직한 바디감을 가지고 있었다. 빵과 커피의 조화는 완벽했다.

메르오르는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음식 퀄리티는 물론이고, 멋진 조경과 넓은 공간은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가격대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말에는 웨이팅이 필수라고 하니,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카페를 나섰다. 나오면서 보니, 3층 루프탑도 꽤나 멋들어지게 꾸며져 있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루프탑에 올라가 봐야겠다. 특히 해 질 녘 노을을 감상하기에 좋을 것 같다.
오산에서 만난 뜻밖의 힐링 공간, 메르오르.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근교에서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고 싶다면, 메르오르에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