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맛집 탐방 여정을 시작하며,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정읍이었다. 특히 지인이 강력 추천했던 떡갈비 전문점, 백학정. 전주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의 유혹을 뿌리치고 향한 그곳은, 소담한 시골 풍경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드디어 그 유명한 떡갈비를 맛보러 가는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백학정은 태인면의 한적한 도로변에 위치해 있었는데, 맞은편에는 아름다운 피향정이 자리하고 있어 식사 후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저녁에는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니, 다음에는 시간을 내어 밤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정갈하게 정돈된 방들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다만, 좌식 테이블만 있는 점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떡갈비 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한 상 차림이 눈 앞에 펼쳐졌다.
백반 한 상은 마치 이천 쌀밥집을 연상시키는 푸짐함 그 자체였다. 20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빼곡하게 놓인 모습은, 그야말로 전라도 음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했다. 형형색색의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고,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젓가락을 어디에 먼저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떡갈비였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올려진 떡갈비는,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떡갈비 굽는 냄새는 마치 버터를 넣고 빵을 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향기로웠다. 한우 암소로 만들었다는 떡갈비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조심스럽게 떡갈비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풍미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적당히 다져진 고기의 식감은 씹는 즐거움을 더했고, 과하지 않은 은은한 단맛은 떡갈비 본연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떡갈비는 짜거나 달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떡갈비와 함께 제공되는 청국장도 빼놓을 수 없다. 백학정의 청국장은 특히 맛있기로 유명한데, 실제로 맛을 보니 그 명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청국장은,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콩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짜지 않고 적당한 간이 되어 있어 밥과 함께 먹기에 완벽했다.

뭇국 또한 시원하고 깔끔한 맛으로 입 안을 개운하게 해 주었다. 흔히 먹는 뭇국과는 달리, 묘하게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슴슴하면서도 시원한 뭇국은, 자극적인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간이 세지 않고 삼삼한 맛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질리지 않게 했다. 신선한 야채를 사용한 반찬들은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젓갈이나 장아찌류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특히, 전라도 김치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직접 담근 김치 특유의 깊은 맛과 시원함은, 떡갈비와 함께 먹으니 더욱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갈비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보통 갈비탕과는 다르게, 떡갈비가 들어간 갈비탕이라는 점이 독특했다. 갈비탕 국물은 시원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왔고, 떡갈비와 함께 먹으니 더욱 든든했다.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맛은, 어른들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았다.

다만, 참게장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간장게장이 조금 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내 입맛에도 다소 짰다. 참게장 자체는 신선하고 살도 많았지만, 간이 조금만 덜 짰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백학정의 가격은 저렴한 편은 아니다. 떡갈비 백반은 1인당 3만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푸짐한 한 상 차림과 훌륭한 맛을 고려하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만든 음식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속은 더부룩하지 않았다. 자극적인 맛이 없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학정은 일반 음식점처럼 인위적인 맛이 아니라, 집에서 정성껏 만든 듯한 건강한 맛이었다. 많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백학정은 100년 가게로 선정될 만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식당 안에는 운동선수들의 방문 흔적을 담은 사진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맛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몇 손님들은 예전보다 맛이 못하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야채의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고등어 조림에 사용되는 고등어의 질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돼지고기가 질겼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모든 음식이 만족스러웠다.
백학정 근처에는 태인마트가 있는데, 이곳에서 판매하는 “송명섭 막걸리”를 꼭 맛보라는 추천이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맛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함께 즐겨보고 싶다.
백학정은 가족 단위 손님이나 어른들을 모시고 가기에 좋은 곳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떡갈비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며, 다양한 반찬들은 어른들의 입맛에도 잘 맞을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의 입맛에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떡갈비나 간장게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백학정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떡갈비는 훌륭했고, 반찬들도 맛있었으며, 무엇보다 정갈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 정읍에 방문하게 된다면, 백학정에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다. 그때는 떡갈비와 함께 송명섭 막걸리를 꼭 맛봐야겠다. 그리고 피향정의 야경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백학정은 나에게 정읍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소중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만약 정읍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백학정에 들러 떡갈비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푸짐한 한 상 차림과 정갈한 맛은, 분명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백학정에서 맛보는 전라도 한정식의 향연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