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햇살이 유난히 맑고 깨끗했다. 이런 날은 집에만 있을 수 없지. 가볍게 태조산에 올라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내려오는 길에 매콤한 쭈꾸미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등산 후 먹는 밥은 꿀맛일 테니까.
유량동에는 맛집이 많지만,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불나는 쭈꾸미’였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매콤한 기운. 왠지 오늘 나의 입맛을 제대로 저격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손님들이 꽤 많았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쭈꾸미볶음 단품도 있었지만, 솥밥과 새우튀김이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가 눈에 띄었다. 그래, 이왕 온 거 푸짐하게 먹어보자! 쭈꾸미볶음 + 솥밥 + 새우튀김 세트를 주문했다. 맵기는 중간 맛으로 선택했다. 매운 음식을 아주 못 먹는 건 아니지만, 너무 매운 건 부담스러우니까.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이 밑반찬을 세팅해 주셨다. 콩나물, 무생채, 샐러드 등 쭈꾸미와 함께 비벼 먹으면 좋을 것 같은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흑색의 볼. 직원분은 쭈꾸미를 비벼먹을 때 사용하는 큰 볼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곧이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밥이 나왔다. 뚜껑을 여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알이 식욕을 자극했다. 밥을 그릇에 퍼 담고, 솥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을 준비를 했다. 이런 게 바로 솥밥의 매력이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쭈꾸미볶음이 등장했다. 쟁반 위에 올려진 쭈꾸미 볶음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붉은 양념에 뒤덮여 있었고, 그 위로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불향이 코를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푸짐한 양에 감탄했다. 탱글탱글한 쭈꾸미의 자태는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젓가락으로 쭈꾸미를 집어 맛을 보았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양념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불향이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불향이 쭈꾸미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중간맛으로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맵찔이인 나에게는 딱 알맞은 맵기였다.
본격적으로 쭈꾸미를 밥에 비벼 먹기 시작했다. 흑색 볼에 밥을 넣고, 쭈꾸미와 콩나물, 무생채를 듬뿍 넣은 후, 슥슥 비볐다. 젓가락을 타고 전해지는 매콤한 향이 침샘을 자극했다. 크게 한 입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쫄깃한 쭈꾸미와 아삭아삭한 콩나물, 시원한 무생채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매콤한 양념은 밥과 어우러져 멈출 수 없는 맛을 만들어 냈다.

쭈꾸미볶음을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새우튀김이 나왔다. 큼지막한 새우튀김 4개가 나무 도마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튀김옷은 바삭바삭해 보였고, 새우는 통통해 보였다. 갓 튀겨져 나와 따끈따끈한 온기가 느껴졌다.

새우튀김을 한 입 베어 물으니, 바삭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튀김옷은 정말 얇고 바삭했고, 새우는 탱글탱글하고 촉촉했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고소한 맛만 입안 가득 퍼졌다. 쭈꾸미볶음의 매운맛을 새우튀김이 부드럽게 잡아주어,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어느새 쭈꾸미볶음과 솥밥, 새우튀김을 모두 해치웠다. 배가 불렀지만, 솥에 부어 놓았던 누룽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 숭늉처럼 부드러워진 누룽지를 후루룩 마시니,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매콤한 쭈꾸미로 얼얼했던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불나는 쭈꾸미’에 대한 만족감이 가득했다. 매콤한 쭈꾸미볶음과 갓 지은 솥밥, 바삭한 새우튀김까지 완벽한 조합이었다. 넓고 쾌적한 공간, 친절한 서비스도 마음에 들었다. 유량동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맛집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들도 좋아하실 것 같은 맛이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보니, 한쪽에는 계란 후라이를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미처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배는 불렀지만, 그냥 가기 아쉬워 계란 후라이를 하나 부쳐 먹었다. 반숙으로 익힌 계란을 쭈꾸미 양념에 찍어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정말 좋았다.
‘불나는 쭈꾸미’,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태조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시작한 하루, 맛있는 쭈꾸미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유량동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는다면, ‘불나는 쭈꾸미’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