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서울을 벗어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안양. 복잡한 도시를 잠시 잊고 싶어 호암산 자락에 위치한, 지인들에게 익히 소문으로만 듣던 “명촌 두루치기”를 찾아 나섰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간판을 찾아 눈을 크게 뜨고 살피니 저 멀리 정겨운 기와지붕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허름한 기왓집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금은 깔끔한 건물로 바뀌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시절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맑은 공기가 폐 속 깊숙이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평일 늦은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나무 테이블이 놓인 넓은 홀을 지나, 창가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보니 두루치기, 김치찌개, 청국장 등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두루치기를 점찍어 둔 터였다. 큼지막하게 들어가는 돼지고기가 일품이라는 이야기에, 도저히 다른 메뉴를 선택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루치기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붉은 양념이 먹음직스럽게 배어 있는 두툼한 돼지고기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김치의 조화가 예술이었다. 팔팔 끓는 냄새는 코를 자극했고, 뱃속에서는 쉴 새 없이 꼬르륵거리는 요동이 쳤다. 국물이 자작한 스타일이 마치 짜글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른 숟가락을 들어 국물부터 맛봤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바로 이 맛이지!”라는 감탄사를 절로 내뱉게 만들었다. 신라면보다 살짝 매운 정도라고 하니,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두루치기 속 돼지고기는 큼지막해서 씹는 맛이 있었다. 특히 비계 부분이 적절히 섞여 있어,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훌륭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신선한 육질만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푹 익은 김치는 달큼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더했다. 돼지고기와 김치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왜 이곳이 10년 넘게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는, 겉절이 스타일로 신선하고 아삭했다. 두루치기와 함께 먹으니,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갓 구워져 나온 따끈한 계란말이는, 촉촉하고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케첩이 살짝 바뀐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맛이었다.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내고,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에 도토리묵을 추가로 주문했다. 커다란 접시에 담겨 나온 도토리묵은,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간장 양념이 과하지 않아서, 도토리묵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삭한 상추와 함께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함이 기분 좋게 만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너무나 착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가성비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식당을 나서기 전, 잠시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2층은 1층보다 훨씬 넓고 테이블 수도 많았다. 단체 손님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 듯했다. 특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푸르른 나무들과 맑은 하늘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했다. 2층 안쪽 자리에는 작은 폭포가 흐르고 있어,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식당 바로 옆에는 작은 폭포가 흐르고 있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었다. 잠시 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즐겼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식당을 나섰다. 나오면서 보니 야외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야외에서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두루치기를 먹는 낭만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비 오는 날에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칼국수가 메뉴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루치기는 여전히 최고의 선택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듯했다. 안양예술공원이나 호암산으로 나들이를 왔다가,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명촌 두루치기”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덕분이었을 것이다. 다음에는 꼭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안양에서의 행복한 미식 기행을 마무리했다.
총평
* 맛: 두루치기는 돼지 잡내 없이 신선하고, 김치와 조화가 훌륭함.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 도토리묵도 쌉싸름하면서 고소한 맛이 좋음.
* 가격: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어 가성비가 매우 좋음.
* 분위기: 깔끔하고 넓은 실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야외 테이블, 졸졸 흐르는 폭포까지,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
* 서비스: 친절한 직원들의 응대가 인상적. 앞치마가 준비되어 있는 점도 좋음.
* 재방문 의사: 100%. 다음에는 비 오는 날 야외 테이블에서 동동주와 함께 두루치기를 즐기고 싶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