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을 찾은 나는 어릴 적 살던 응암동 골목길을 거닐며 추억에 잠겼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풍경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낡은 간판 하나. 44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적힌 ‘장가구’라는 중식당이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라, 홀린 듯 2층으로 올라갔다.
건물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회색빛 타일 건물 2층에 붉은색 글씨로 쓰인 간판은 어딘가 모르게 정겨웠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오래된 중국집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낡은 나무 테이블과 의자, 벽에 걸린 오래된 그림과 큼지막한 샹들리에 조명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면에는 여러 유명인들의 싸인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는데, 특히 ‘뭉쳐야 찬다’ 출연진들의 싸인이 눈에 띄었다. 방송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착한가격업소답게 가격이 정말 저렴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짜장면 한 그릇에 6,000원이라니! 2,000원에서 4,000원 정도 저렴한 가격 덕분에 부담 없이 여러 메뉴를 시켜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간짜장 곱빼기와 군만두를 주문했다. 짬뽕도 맛있다는 이야기에 살짝 고민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셀프 코너에서 단무지와 양파를 가져왔다. 요즘은 흔치 않은, 직접 반찬을 가져다 먹는 시스템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물티슈와 앞치마도 준비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드디어 간짜장이 나왔다. 곱빼기답게 양이 푸짐했다. 면 위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짜장 소스가 듬뿍 올려져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양파가 잘게 다져져 있었다. 마치 유니짜장처럼 보였다. 큼지막하게 썰린 양파를 볶아 춘장과 함께 내놓는 일반적인 간짜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젓가락으로 면과 짜장 소스를 잘 비벼 한 입 맛보았다. 첫 맛은 ‘깔끔하다’는 느낌이었다. 짜거나 달지 않고, 은은한 불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조미료 맛이 강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았고, 슴슴한 간이 오히려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잘게 다진 양파의 아삭한 식감이 정말 좋았다. 흔히 짜장면을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하거나 물이 당기기 마련인데, 장가구의 짜장면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계속해서 젓가락을 움직였다. 면발은 탱글탱글했고, 짜장 소스는 면에 착 달라붙어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양파의 단맛과 춘장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선사했다. 과하지 않은 불맛은 짜장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게 했다. 왜 이 집이 44년 동안 사랑받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간짜장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남은 짜장 소스가 너무 아까웠다. 밥을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공깃밥을 하나 추가로 주문했다. 역시나, 짜장 소스에 비벼 먹는 밥은 상상 이상으로 맛있었다. 짜장의 풍미가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입안 가득 행복감을 선사했다.

군만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만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만두 속은 돼지고기와 야채로 가득 차 있었는데,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짜장면과 함께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벽면에 붙어있는 싸인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맛있는 짜장면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싸인이 많았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정직하고 깔끔한 맛이 정말 좋았다.
장가구는 44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응암동의 자랑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짜장면은 나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응암역 근처에서 맛있는 중식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장가구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유니짜장 스타일의 간짜장은 꼭 한번 맛보길 바란다.
가게를 나서며,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변치 않은 맛과 분위기는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듯했다. 다음에 응암동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해서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차돌짬뽕의 칼칼한 맛이 궁금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장가구에서 먹었던 짜장면의 여운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과하지 않은 맛, 깔끔한 뒷맛,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응암동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응암역 3번 출구에서 8분 정도 걸으면 장가구를 찾을 수 있다. 2층에 위치해 있지만, 눈에 띄는 입간판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토요일 11시 30분쯤 방문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12시가 되니 테이블이 거의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점심시간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장가구는 단순한 중식당이 아닌, 응암동의 역사와 추억을 담고 있는 공간이었다. 44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장가구의 맛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응암동을 찾을 때마다 방문하게 될 것 같다. 오늘, 나는 응암동 맛집 장가구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