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떠난 안성, 그곳에서 55년이라는 시간을 묵묵히 지켜온 성신식당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코를 간지럽히는 구수한 청국장의 향기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한 겹씩 벗겨내는 듯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청국장 냄새였다.
식당 안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낡은 듯 정겨운 나무 테이블과 벤치, 빛바랜 듯 따스한 조명이 편안함을 더했다. 벽 한켠에는 이곳을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유명 연예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의 미소 속에서 이곳의 오랜 역사와 변치 않는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참고)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청국장과 순두부가 대표 메뉴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청국장을 주문했다. 55년 전통의 맛, 안성 8미에 선정될 정도라니, 그 깊이가 어떨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반찬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콩나물 무침, 김치, 나물 등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하얀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왔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젓갈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젓갈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깔끔함과 정갈함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내공을 보여주는 듯했다. 참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국장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는 청국장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그 향은 더욱 진하게 코를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한 술 떠서 입에 넣으니,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진하고 깊은 청국장 특유의 풍미가 느껴졌다.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청국장 안에는 큼지막한 두부와 잘 익은 김치가 듬뿍 들어 있었다. 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했고, 김치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했다. 청국장과 두부, 김치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뜨끈한 국물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고,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제대로 몸보신하는 기분이었다. 참고)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숭늉으로 입가심을 했다. 뜨끈하고 구수한 숭늉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것은 물론,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마치 고향에 다녀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성신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55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추억과 정, 그리고 변치 않는 맛이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식당의 뚝심이 느껴졌다.

식당을 나서며 다시 한번 외관을 바라봤다. 낡은 간판과 빛바랜 외벽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지만, 왠지 모르게 더욱 정감이 갔다. 다음에 안성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지금은 함께하지 못한 아내와 연애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함께 청국장을 맛봐야겠다. 그녀도 분명 이 안성 맛집의 깊은 맛에 매료될 것이다.
55년의 역사를 가진 노포의 따뜻함과 깊은 맛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성신식당에서의 식사는 마치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따뜻한 정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구수한 청국장의 향기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성신식당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변치 않는 맛과 정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청국장 맛집을 찾고 있다면, 혹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안성 성신식당을 방문해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