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반차를 쓰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한성대입구역 근처를 서성이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중, 유독 눈에 띄는 한 곳이 있었다. ‘성북동면옥집’. 면옥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깊이와, 왠지 모르게 풍겨져 나오는 장인의 향기가 발길을 이끌었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30분 정도 걸어야 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성북동면옥집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밖에서 보기에도 넉넉한 테이블 수가 예상되었고, 깔끔하게 정돈된 외관에서부터 기대감이 샘솟았다. 토요일 오후 3시쯤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에는 캐치테이블과 대기석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니 평소에는 웨이팅이 꽤 있는 듯했다. 다행히 나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넓은 매장 안은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적였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냉면, 갈비탕, 갈비찜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고민했지만, 면옥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결국 냉면을 선택하기로 했다. 메뉴의 첫 번째를 장식하고 있는 회냉면(13,000원)의 자태에 홀린 듯 주문을 마쳤다. 키오스크로 간단하게 주문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편리했다. 테이블마다 놓인 따뜻한 육수 주전자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은색 주전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차가운 냉면을 먹기 전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 같았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회냉면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회냉면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비주얼이었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회와 면, 그리고 그 위에 가지런히 놓인 오이, 배, 계란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면의 양도 푸짐해서 보자마자 만족감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 첫 입을 맛보는 순간, 감칠맛이 폭발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고, 쫄깃한 면발은 씹는 재미를 더했다.
회냉면에 들어간 명태회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있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배가 고명으로 듬뿍 올려져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아삭아삭한 배의 시원함이 매콤한 회냉면과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밑반찬으로 나온 절인 무는 평범했지만, 회냉면의 매콤함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회냉면과 함께 제공된 육수는 살짝 밍밍하게 느껴졌지만, 뜨겁게 데워진 육수를 마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차가운 냉면과 따뜻한 숭늉을 번갈아 마시는 듯한 기분이랄까.
회냉면을 먹다 보니 양념이 조금 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싱겁게 먹는 사람들은 미리 양념을 빼달라고 주문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워낙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조금 연해지는 느낌이 들 때마다 명태회를 한 점씩 곁들여 먹으니, 처음의 강렬한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2인 테이블이 아닌 넓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다른 손님들의 방해 없이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주차였다. 자체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만, 발렛 비용을 따로 받아서 ‘무료 주차’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3천원의 발렛 비용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 옆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탕과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입가심으로 사탕 하나를 집어 들고 나오니,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성북동면옥집 바로 옆에는 유명한 빵집 같은 카페가 있었다. 냉면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잠시 들러볼까 했지만, 이미 배가 너무 불러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냉면과 함께 갈비찜도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냉면과 갈비찜을 함께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성북동면옥집은 만족스러운 식사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넓고 쾌적한 공간,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회냉면은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넘치는 양념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성북동면옥집은 냉면 외에도 갈비탕, 만두국, 모듬전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해도 각자의 취향에 맞춰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서 볼 수 있듯이, 알록달록한 색감의 오색만두는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또한, 에 담긴 갈비탕은 큼지막한 갈비와 푸짐한 고명이 돋보인다. 에 보이는 사골만둣국 역시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일 것 같다.

을 보면, 식당 옆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빵과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어, 식사 후 디저트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북동면옥집은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이 더욱더 호감을 느끼게 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테이블에는 스테인리스 물컵과 수저가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성북동에서 맛있는 냉면을 맛보고 싶다면, 성북동면옥집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