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 전라남도 보성으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도착한 웅치면. 작은 농협 주유소 옆, 소박한 간판의 15번 식당이 나를 맞이했다. 늘 정겨운 고향집처럼 푸근한 인상을 주는 곳, 15번 식당은 평범한 식당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한 설렘을 안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따스한 온기가 감돌았다. 정갈하게 놓인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은은하게 풍기는 맛있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메뉴판을 펼쳐 들기도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는 삼겹살을 외치고 있었다. 오늘은 왠지 기름진 고소함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싶었다.

“사장님, 삼겹살 2인분 주세요!”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푸짐한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전라도 인심이란 이런 것일까. 갓 담근 김치, 짭짤한 깻잎 장아찌, 아삭한 콩나물무침, 매콤한 꼴뚜기 젓갈 등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어머니가 해주신 듯한 따뜻한 북어국은 추운 날씨에 얼었던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마법 같은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겹살이 등장했다. 선홍빛 육질에 촘촘히 박힌 마블링이 신선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불판 위에 올려지자, 치-익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들어 짭짤한 멜젓에 콕 찍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고소함, 그리고 멜젓의 감칠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쫀득한 식감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싱싱한 쌈 채소에 삼겹살과 파채, 마늘, 쌈장을 듬뿍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특히, 잘 익은 김치와 함께 구워 먹는 삼겹살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김치의 매콤함이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릴 틈 없이 계속해서 먹을 수 있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 쯤, 한국인의 디저트라 할 수 있는 볶음밥을 빼놓을 수 없었다. 남은 삼겹살 기름에 김치, 콩나물, 김 가루 등을 넣고 볶아 만든 볶음밥은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불판에 살짝 눌어붙은 볶음밥을 긁어먹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15번 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15번 식당의 메뉴는 삼겹살 외에도 다양하다. 특히, 능이백숙은 몸보신에 좋기로 소문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메뉴라고 한다. 다음에는 꼭 능이백숙을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15번 식당을 나섰다.

보성 웅치면의 작은 식당, 15번 식당.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날, 혹은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날, 15번 식당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분명 잊지 못할 추억과 함께,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보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15번 식당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맛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