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저녁, 퇴근 후 친구와 약속 장소인 을지로로 향했다. 왁자지껄한 고깃집과 노포들이 즐비한 골목 어귀,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작은 스페인 음식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문스타파. 간판 불빛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는 반지하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깥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앤티크한 가구와 은은한 조명, 벽면을 가득 채운 와인병들이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장에는 마치 정원처럼 넝쿨 식물들이 장식되어 있어, 도심 속 작은 오아시스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놓인 와인잔들과 싱싱한 꽃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바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잠시 후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시며 바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테이블 자리는 이미 예약으로 만석이라고 했다. 다음에는 꼭 미리 예약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메뉴판을 받아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스페인 요리는 처음이라 낯선 이름들이 가득했지만, 사장님께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덕분에 어렵지 않게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우리는 해산물 수프와 바지락 찜, 이베리코 샤프란 빠에야, 그리고 모듬 핀초스를 주문했다. 와인 종류도 다양했는데, 사장님께 추천을 받아 가성비 좋은 와인 한 병을 골랐다.

가장 먼저 나온 해산물 수프는 매콤한 토마토 소스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는 순간, 전날 과음으로 지쳐있던 속이 단번에 풀리는 듯했다.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 있어 씹는 즐거움도 있었다. 친구는 연신 “크으” 소리를 내며 해장되는 기분이라고 했다.

바지락 찜은 꽤 많은 양의 바지락과 할라피뇨가 들어가 매콤한 향이 좋았다. 특이하게도 바게트 빵 대신 파스타 면이 함께 나왔는데, 맑은 양념이 면에 잘 배어들어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와인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이베리코 샤프란 빠에야는 큼지막한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듬뿍 올라가 있었다. 밥알은 찰기가 있는 쌀을 사용해서인지 쫀득한 식감이 독특했다. 샤프란 특유의 향긋한 향과 돼지고기의 풍미가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다만, 쌀의 품종 때문인지 정통 빠에야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모듬 핀초스는 알록달록한 색감 덕분에 눈으로 먼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에서 볼 수 있듯이, 나무 도마 위에 앙증맞게 놓인 핀초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핑거푸드였다.

메론 하몽은 달콤한 메론과 짭짤한 하몽의 조화가 훌륭했다.에서 보이는 것처럼, 얇게 저민 하몽 위에 메론 한 조각을 올려 먹으니 입 안에서 황홀한 맛이 느껴졌다. 단짠의 정석이라고 할까. 와인 안주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전반적으로 음식 맛은 훌륭했지만, 양은 조금 아쉬웠다. 스페인 타파스 바 스타일이라 그런지 식사보다는 가볍게 술 한잔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분위기와 맛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문스타파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데이트 장소로도 좋고,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 번은 재방문했을 때,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메뉴의 퀄리티가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소늑간살 스테이크는 너무 질겨서 먹기 힘들 정도였다.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또 다른 날 방문했을 때는 감바스의 새우가 너무 짜고 토마토가 너무 시어서 먹기 힘들었다는 후기도 있었다. 음식 맛은 편차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바닥과 천장, 벽이 울리는 구조라서 옆 테이블 소리가 잘 들린다는 점도 단점이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탓도 있겠지만,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스타파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와인 한잔과 맛있는 스페인 요리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을지로에서 특별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문스타파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에서 보이는 미트볼은 토마토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어 식욕을 자극한다. 의 빠에야는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가 있어 풍성한 느낌을 준다. 의 감바스는 올리브 오일에 끓여져 나와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 에는 해산물 수프와 바지락 찜, 모듬 핀초스가 함께 담겨 있어 다양한 메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은 해산물 수프를 클로즈업한 사진인데,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치킨 코울슬로 샐러드를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와인에 대해 더 자세히 여쭤보고, 내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받아봐야겠다. 문스타파는 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문스타파: 서울에서 스페인의 정취를 느끼며,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오늘 저녁,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방문하여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