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또 선배들의 입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던 이름, ‘너구리의 피난처’. 금산에 숨어있는, 수제비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고 했다. 자동차 동호회 활동을 하던 시절, 그 이름은 더욱 뚜렷하게 각인되었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드디어 오늘, 그 베일에 싸인 곳으로 향하는 설레는 발걸음을 옮겼다.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접어들었다. 마지막 구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가파른 내리막길이었다. 운전 미숙자는 긴장해야 할 코스라는 후기가 실감났다. 하지만, 이 험난함 끝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오히려 두근거림을 더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시선을 강탈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고양이들이었다. 녀석들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낯선 이방인을 경계 없이 맞이했다. 앙칼진 울음소리 대신, 부드러운 골골송을 선사하며 내 주변을 맴돌았다. 특히, 앙증맞은 새끼 고양이들은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덕분에 식당에 들어서기 전부터 마음은 이미 따스함으로 가득 찼다.

평일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적한 시골집이었지만,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테이블 회전율이 빠른 덕분인지,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독특하게도, 이곳은 입장 전에 메뉴를 미리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대표 메뉴인 해물수제비와 파전을 주문했다.
2층 다락방으로 안내받았다. 좌식 테이블이 놓인 넓은 공간은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전이 먼저 나왔다.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등장한 파전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오징어도 아낌없이 들어가 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함께 제공된 김치는 수제비와의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젓갈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김치는, 슴슴한 수제비의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마법을 부렸다. 식당 김치를 즐겨 먹지 않는 나조차도 세 접시나 비울 정도였으니, 그 맛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수제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배달되는 독특한 시스템이었다. 묵직한 그릇에 담긴 수제비는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뽀얀 국물 위에는 김 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바지락과 미더덕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첫 입을 뜨는 순간, 시원하면서도 깊은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수제비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미더덕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더덕 특유의 향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지락은 신선하고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아까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 주변은 온통 푸른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잠시 산책을 즐겼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 온몸을 감쌌다.
돌아가는 길은 올 때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가파른 내리막길 대신, 완만한 오르막길을 선택했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었지만,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너구리의 피난처’. 이름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비록 수제비는 내 입맛에 완벽하게 부합하지는 않았지만, 파전과 김치의 조합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다음에는 비 오는 날, 다시 한번 방문하여 운치 있는 분위기 속에서 파전과 동동주를 즐기고 싶다.
총평: 금산 ‘너구리의 피난처’는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 훌륭한 곳이다. 특히, 고양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다만, 가파른 길과 웨이팅은 감수해야 한다.
꿀팁:
* 주말에는 웨이팅이 길 수 있으니,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돈가스를 추가로 주문하는 것이 좋다.
* 운전 미숙자는 완만한 길로 돌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