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생태공원의 푸른 물결을 뒤로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오직 한 곳,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포도밭할매국수’였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은 점점 좁아졌지만, 오히려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으로 향하는 시골길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포도밭할매국수’. 넓은 주차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골집 마당처럼 정겨운 풍경, 낡은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이곳의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가게 앞에는 정말로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다. 9월, 10월 늦은 수확 철에는 식사 후 포도를 따먹을 수 있다고 하니, 가을에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겨운 대화 소리가 마치 시골 잔칫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벽에는 낙서처럼 적힌 손님들의 메시지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 속에서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의 추억과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멸치 육수를 끓이는 냄새였다. 가게 한 켠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걸려 있었다. 장작불로 육수를 끓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커다란 솥 안에서 멸치가 춤을 추듯 팔팔 끓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깊고 진한 육수의 맛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은 선불 시스템이었다. 먼저 계산을 하고, 음식을 직접 가져다 먹는 방식이었다. 가격은 5천 원.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가격으로 무한리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국수를 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미리 삶아 놓은 면은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면을 한 웅큼 집어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았다. 그 위로 김가루, 유부, 호박, 김치 등 다양한 고명을 취향껏 올렸다. 빨간 양념장이 탐스러웠다.

드디어 육수를 부을 차례.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육수를 국자로 퍼서 그릇에 가득 담았다. 멸치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뜨거운 김이 얼굴을 감쌌다. 드디어 맛보는 순간.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한 입 가득 입에 넣었다. 멸치 육수의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슴슴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다. 면은 탱글탱글 살아 있었다.
함께 간 친구는 비빔국수를 선택했다. 그는 빨간 양념장을 듬뿍 넣어 비볐다. 새콤달콤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한 입 맛보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멸치 육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국수와 함께 호박죽도 빼놓을 수 없다. 커다란 솥에 담긴 호박죽은 달콤한 향기를 풍겼다. 샛노란 색깔이 식욕을 자극했다. 한 입 맛보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은은한 단맛이 기분 좋게 퍼졌다. 쌀알이 씹히는 식감도 좋았다. 든든함은 덤이었다.

정신없이 국수와 호박죽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국수를 담았다. 이번에는 멸치 육수를 조금만 넣고, 비빔 양념장을 듬뿍 넣었다. 마치 짬짜면처럼, 두 가지 맛을 동시에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멸치 육수의 시원함과 비빔 양념장의 매콤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배불리 먹고 가게를 나섰다. 할머니는 환한 미소로 배웅해 주셨다. 마치 친할머니처럼 푸근한 인상이었다. “다음에 또 오이소.” 할머니의 따뜻한 한마디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포도밭할매국수’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할머니의 푸근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화려함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다만, 위생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오래된 식당이다 보니, 깔끔한 느낌은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 점까지 감수할 수 있다면, ‘포도밭할매국수’는 분명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최근에는 선지국수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 그리고 부드러운 선지가 어우러진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선지국수를 맛봐야겠다. 멸치 육수 대신 선지 육수를 텀블러에 담아오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진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값비싼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마치 고향에 다녀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포도밭할매국수’는 그런 곳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넘어, 추억과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 부산 강서구 대저에서 만난 최고의 맛집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그분들도 분명 이곳의 매력에 푹 빠지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