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함안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악양루,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곳은 짜장면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사실, 요즘처럼 개성 넘치는 음식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짜장면 맛집이라니, 조금은 뻔한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서 풍겨오던 짜장면 냄새에 대한 향수일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점심시간, 예상대로 식당 앞은 북적였다. 11팀이나 대기하고 있다는 안내에 잠시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직원의 말과는 달리, 50분 가까이 기다린 후에야 드디어 식당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소한 짜장 볶는 냄새가 끊임없이 코를 자극했다. 마치 어린 시절, 운동회 날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그때처럼.

메뉴판을 훑어보니 짜장면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렴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짜장면 한 그릇에 5,000원이라니,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한 기분이었다. 짜장면과 함께 쟁반짜장, 그리고 탕수육(소)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짬뽕이었다. 붉은 국물 위로 듬뿍 올라간 해산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물을 한 숟갈 떠 맛보니, 불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깊고 진한 맛이 느껴졌다. 과하게 맵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듯했다. 홍합이 가득 들어있어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면발은 조금 아쉬웠다. 쫄깃함은 덜하고, 어딘가 배달용 면발 같은 느낌이 살짝 들었다.

곧이어 탕수육이 나왔다. 뽀얀 튀김옷을 입은 탕수육 위에는 파채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마치 파닭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었다. 탕수육 소스에 버무려진 탕수육은 부드럽고 바삭했다. 튀김옷은 찹쌀로 만들어 쫀득한 식감을 더했다. 파채의 향긋함과 새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느끼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은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짜장면이 나왔다. 면 위에 소스가 듬뿍 올려져 있었는데,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소스와 함께 입안에 넣으니,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짜장 소스는 어릴 적 먹던 짜장면 맛과 흡사했다. 요즘 흔히 맛볼 수 있는 자극적인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양파는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 살아있었고, 소스는 라드를 사용하지 않았을 텐데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쟁반짜장은 곱빼기로 시켰는데, 양이 어마어마했다. 다른 식당의 2인분은 족히 되어 보였다. 쟁반짜장 역시 해물과 야채가 듬뿍 들어있었다. 면은 기름에 잘 볶아져 윤기가 흘렀고, 해물은 신선했다. 쟁반짜장은 짜장면보다는 매콤한 편이었는데,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전체적으로 음식 양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짜장면 보통을 시켰는데도 양이 넉넉했고, 쟁반짜장은 곱빼기를 시켰더니 정말 배가 터질 뻔했다. 가격 대비 양은 훌륭했지만,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워낙 손님이 많아서인지, 직원분들이 조금은 정신없어 보였다. 주문이 누락되거나, 음식을 서빙하면서 손님에게 묻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 그런 일을 겪지 않았지만,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서비스가 다소 부실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또, 짬뽕 면발이 조금 더 쫄깃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양루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옛날 짜장면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탕수육은 파채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 없이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부모님도 맛있게 드셨고,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재료 소진으로 영업이 종료되었다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늦게 왔으면 맛도 못 볼 뻔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영수증을 지참하면 옆 카페에서 음료를 10% 할인해 준다는 안내를 받았다. 식사 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좋은 코스였다.

악양루는 미슐랭 스타를 받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훌륭한 맛집이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었다. 낙지짬뽕, 탕수육은 물론 짜장면, 쟁반짜장까지 모두 맛있다는 평이었다. 특히 짬뽕에는 홍합, 오징어, 낙지 등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있고, 면발도 쫄깃해서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탕수육은 하얀 튀김옷에 등심 돼지고기를 사용하고, 채 썬 파와 새콤달콤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악양루는 점심시간에 손님이 매우 많으니, 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해야 한다. 음식량은 푸짐하게 나오므로, 너무 많이 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쟁반짜장도 기본으로 시켜도 양이 넉넉하고, 찹쌀탕수육은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라고 한다.
악양루는 짜장면 맛집이기도 하지만, 푸짐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방문한 것처럼 넉넉한 양의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다음에 함안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낙지짬뽕과 유니짜장도 맛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함안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악양루에서 맛본 짜장면의 달콤한 여운이 오랫동안 입가에 맴돌았다. 어쩌면 나는 짜장면 한 그릇을 먹은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을 맛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함안 여행에서 만난 맛집, 악양루는 단순한 식당이 아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지역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