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의 설렘을 가득 안고 해남으로 향했다. 목적은 단 하나, 오직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특별한 닭 코스 요리를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해남 닭요리 골목, 그 명성 자자한 곳에 자리 잡은 “장수통닭”은 현지인은 물론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해남 맛집이라고 했다.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한 닭 한 상은 과연 어떤 맛과 감동으로 나를 채워줄까? 부푼 기대를 안고 장수통닭의 문을 열었다.
가게 앞 주차장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다르구나, 실감하며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다. 일요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빈 테이블을 찾기 어려웠다. 다행히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는 마치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웅성거림처럼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던 닭 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차려지기 시작했다. 닭똥집(근위)회, 닭가슴살 육회, 닭발 다짐회 등, 낯선 비주얼의 음식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선함이 느껴지는 닭 요리들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닭가슴살 육회는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참기름 향이 살짝 감도는 것이, 신선한 닭고기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듯했다.

에피타이저를 즐기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 주물럭이 등장했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닭고기와 팽이버섯의 조화로운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불판 위에 올려진 닭 주물럭은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식욕을 자극했다. 양념이 떡볶이 맛이 난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춘천이나 양구에서 먹었던 닭갈비보다 훨씬 깔끔하고 담백하게 느껴졌다.

잘 익은 닭고기를 한 점 집어 입안에 넣으니, 쫄깃한 식감과 함께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팽이버섯을 곁들여 먹으니, 닭고기의 느끼함은 덜하고 풍미는 더욱 깊어졌다.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신선함까지 더해져 더욱 만족스러웠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닭 주물럭을 즐겼다.

닭 주물럭을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다음 코스인 닭백숙이 등장했다. 커다란 냄비에 담겨 나온 닭백숙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토종닭이라 그런지, 닭의 크기가 엄청났다. 뽀얀 국물 위로 솟아오른 닭다리는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직원분께서 먹기 좋게 닭을 손질해 주셨다.

닭다리 하나를 집어 맛보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다만, 토종닭 특유의 질긴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푹 고아낸 닭 국물은 진하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닭고기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국물을 들이켜니, 몸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특히 백숙에 들어간 인삼은 특유의 향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을 더했다.

마지막 코스는 녹두죽이었다. 닭백숙을 먹고 남은 국물에 녹두와 찹쌀, 맵쌀 등을 넣어 끓인 녹두죽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녹두를 아낌없이 넣어 끓여낸 덕분에, 씹을 때마다 녹두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닭백숙으로 이미 배가 불렀지만, 녹두죽의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에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정말이지, 장수통닭의 닭죽은 최고의 마무리였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닭 한 마리 코스의 가격은 6만원. 3명이서 배불리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다만,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또, 일부 직원들의 불친절한 태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친절하게 응대해 주셨다.
장수통닭에서의 식사는 해남 여행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닭 한 마리로 즐기는 다채로운 코스 요리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특히 닭 주물럭의 매콤달콤한 맛과 녹두죽의 고소함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해남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맛집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 때는 꼭 미리 예약을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