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짬뽕을 향한 강렬한 열망에 이끌려, 시흥으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SNS에서 수없이 보았던, 시흥 3대 짬뽕이라는 명성을 자랑하는 ‘정아각 본점’. 과연 어떤 맛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렘 반, 기대 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기운. 낡은 건물 외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큼지막하게 걸린 ‘정아각’ 간판에서는 왠지 모를 자부심이 느껴졌다.

주차는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가게 앞은 이미 만차였고, 주변 골목길도 빈틈없이 차들로 가득했다. 하는 수 없이 근처 노상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다 겨우 자리를 잡았다. 역시 맛집은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법인가 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고, 입구에는 대기표를 뽑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도 얼른 대기표를 뽑았다. 내 앞에 4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하지만 이 정도 기다림쯤이야, 맛있는 짬뽕을 맛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미리 정하기로 했다.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을 살펴보니, 짬뽕 종류만 해도 얼큰뚝배기고기짬뽕, 바지락짬뽕, 해물짬뽕 등 다양했다. 고민 끝에, 시흥에서 최고라는 바지락짬뽕과 얼큰뚝배기고기짬뽕, 그리고 군만두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단무지와 양파, 춘장이 놓여 있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짬뽕과 군만두가 등장했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지락짬뽕이었다. 커다란 그릇에 가득 담긴 짬뽕 위에는 싱싱한 바지락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마치 바지락 칼국수집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뽀얀 국물 위로 쫑쫑 썰린 파와 고추가루가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와, 정말 시원하다! 바지락에서 우러나온 깊고 진한 해물 육수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미역과 얼갈이배추도 시원한 맛을 더했다. 짬뽕 특유의 칼칼함과 바지락의 시원함이 어우러져, 정말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면은 일반 짬뽕 면보다 살짝 얇은 편이었다. 얇은 면발은 국물과 잘 어우러져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면을 후루룩 들이켤 때마다 바지락의 풍미가 함께 느껴져 더욱 맛있었다.
바지락짬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면을 먹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바지락이 나왔다. 쉴 새 없이 바지락 껍데기를 발라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쫄깃쫄깃한 바지락 살을 맛보는 재미에, 귀찮음도 잊은 채 열심히 바지락을 까먹었다. 바지락은 해감도 잘 되어 있었고, 신선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감칠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다. 첫 입은 정말 맛있었지만, 계속 먹다 보니 약간 물리는 감이 있었다. 이럴 땐 단무지나 양파를 곁들여 먹으니, 다시 입맛이 살아나는 듯했다.
다음은 얼큰뚝배기고기짬뽕. 뚝배기에 담겨 나와 더욱 뜨겁고 얼큰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고기짬뽕답게, 돼지고기 육슬이 듬뿍 들어가 있었고, 불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돼지고기 육수와 해물 육수가 어우러져, 묵직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을 냈다. 맵기는 딱 적당한 정도였다. 맵찔이인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얼큰한 국물이 속을 확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해장용으로도 제격일 것 같았다.
면발은 역시 얇고 부드러웠다. 면에 국물이 잘 배어 있어, 면만 먹어도 맛있었다. 고기와 함께 면을 먹으니, 더욱 든든했다. 하얀 국물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짬뽕과 함께 주문한 군만두도 빼놓을 수 없다. 정아각의 군만두는 반죽 접합부를 두껍게 만들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특징이었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만두 속도 알차게 들어 있었고, 육즙도 풍부했다. 함께 제공되는 칠리소스에 찍어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더욱 맛있었다.
정신없이 짬뽕과 군만두를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양이 정말 푸짐해서, 곱빼기를 시키지 않아도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특히 바지락짬뽕은 바지락의 양이 워낙 많아서, 2명이서 1개만 시켜도 될 정도였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직원분들이 정말 친절하셨다. 바쁜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정아각에서 짬뽕을 먹으면서 느낀 점은, 이곳은 단순한 중국집이 아니라,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푸짐한 양은 물론, 신선한 재료와 깊은 맛,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변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또, 웨이팅 시간이 길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정아각의 짬뽕은 꼭 한번 맛볼 가치가 있다.
다음에 시흥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정아각에 다시 한번 들러 다른 메뉴도 맛보고 싶다. 특히 불짜장과 칠리탕수육이 궁금하다. 그땐 꼭 칠리소스를 추가해서 먹어봐야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늘 나는 시흥에서 최고의 짬뽕을 맛보았고, 행복한 추억을 가슴에 담아 돌아간다. 시흥 맛집 탐방은 언제나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