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을 잡고 찾았던 오래된 식당, 그 기억 속의 맛은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법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종종 나를 데리고 허름하지만 정겨운 식당들을 방문하셨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선짓국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식당이었다. 낡은 나무 테이블과 빛바랜 벽지, 그리고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따뜻한 추억이 깃든 공간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문득 그 시절 어머니와 함께 먹었던 선짓국이 떠올랐다. 그 맛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부산 남구에 위치한 청호집을 찾았다.
식당에 도착하자, 낡은 벽돌 건물 위에 얹어진 “청호집 선짓국”이라는 붉은 글씨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입구에서부터 풍겨오는 꼬릿하면서도 구수한 냄새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갔던 그 식당의 향수를 자극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테이블은 입식과 좌식으로 나뉘어 있었고, 홀에는 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단일 메뉴인 선짓국을 주문했다. 잠시 후, 스테인리스 대접과 밥 한 공기, 그리고 김치, 미역줄기, 부추, 무생채, 된장이 담긴 작은 접시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곧이어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선짓국이 검은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선지와 콩나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기름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함께 제공되는 스테인리스 대접에는 고추장과 참기름이 담겨 있었다. 이 대접에 밥과 반찬, 그리고 선짓국에 들어있는 콩나물을 듬뿍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매콤한 고추장, 그리고 아삭한 콩나물이 어우러진 비빔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비빔밥을 한 입 먹고, 뜨끈한 선짓국을 번갈아 마시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선지는 부드럽고 신선했다.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은 선지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숟가락으로 선지를 크게 떠서 입안에 넣으니, 마치 푸딩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뜨거운 국물과 함께 넘어가는 선지는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했다. 선짓국 안에는 소고기도 조금 들어 있었다. 비록 양은 많지 않았지만, 국물의 깊은 맛을 더해주는 데 충분했다.

반찬은 셀프 리필이 가능했다. 미역줄기볶음, 부추무침, 무생채, 김치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웠다. 특히 짜박된장은 밥에 비벼 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나는 몇 번이고 반찬을 리필해서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혼자 와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는 사람, 친구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식사하는 사람, 가족 단위로 외식을 나온 사람들까지, 모두가 편안하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20대 초반부터 오랜 시간 이곳을 찾았다는 한 손님은 “점심시간에는 항상 북적거린다”며 “선지국과 비빔밥의 조합이 정말 최고”라고 칭찬했다. 또 다른 손님은 “전날 술을 많이 마셨는데, 속이 확 풀리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9천 원으로 예전에 비해 조금 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맛과 양, 그리고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식당 한쪽에는 따뜻한 숭늉이 준비되어 있었다. 숭늉을 한 잔 마시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식당을 나서기 전, 나는 믹스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잠시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

청호집은 부산갈맷길, 해파랑길, 남파랑길 등 유명한 걷기 코스의 시작점이나 종료점으로 오륙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식당 안에는 등산복을 입은 손님들도 많이 보였다. 오륙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고 난 후, 청호집에서 따뜻한 선짓국 한 그릇을 먹으면 피로가 싹 풀릴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손님이 많은 시간에 방문하면 주차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게 앞에 잠시 주차할 공간이 있기는 하다. 또한, 선지의 양이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청호집의 선짓국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위가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선지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청호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 혹은 깔끔하고 시원한 선짓국이 생각날 때, 부산 남구의 청호집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따뜻한 국물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한 끼 식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방문하고 싶다. 부모님도 분명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좋아하시겠지.
돌아오는 길, 나는 따뜻한 숭늉처럼 마음이 훈훈해짐을 느꼈다. 청호집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어머니의 사랑을 되새기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부산에서 맛보는 전통의 맛, 청호집에서 잊지 못할 선짓국 미식 경험을 해보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