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전포 거리를 걷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오늘 향할 곳은 숙성회와 사케로 입소문이 자자한 이자카야, ‘일일시호주’다. 며칠 전부터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둔 터라, 기대감이 꼬리처럼 길게 늘어졌다. 왁자지껄한 여느 술집들과는 다른, 깊고 섬세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동했다.
가게 문을 열자,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테이블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다행히 예약 덕분에 아늑한 룸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나무로 짜인 격자무늬 창살 너머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소리가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감쌌다. 겉옷을 벗어 의자에 걸자, 드디어 미식의 밤이 시작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다양한 사케 라인업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일본 소주나 하이볼을 즐기는 편이지만, 오늘은 왠지 특별한 술이 당겼다. 문득, 샴페인 한 병을 콜키지해 와서 숙성회와 함께 즐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다행히 일일시호주는 콜키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다음 방문 때는 꼭 잊지 말고 샴페인을 챙겨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시호주 전골, 참깨 고등어, 그리고 고등어 봉초밥을 주문했다. 메뉴를 고르는 동안에도, 셰프의 친절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요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재료 하나하나의 특징과 맛의 조화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마치 미식 수업을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고등어 봉초밥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고등어 살이 밥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풍미와 은은한 훈연 향이 황홀경을 선사했다. 특히,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든 섬세한 초 맛이 고등어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듯했다. 곁들여 나온 생강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한 뒷맛만 남았다.
다음으로는 참깨 고등어가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등어 위에, 고소한 참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올리니, 기름진 윤기가 흘러내렸다. 두툼하게 썰린 고등어는 물컹거리는 식감 없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은은하게 그을린 향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시호주 전골이었다. 냄비 안에는 신선한 야채와 해산물, 그리고 얇게 썰린 고기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테이블에 놓인 버너에 불을 올리자, 맑은 육수가 끓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향신료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국자로 국물을 떠서 맛보니,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술안주로도,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메뉴였다.
전골이 끓는 동안, 기본으로 제공되는 야채와 땅콩 소스가 나왔다. 싱싱한 양배추에 고소한 땅콩 소스를 듬뿍 찍어 먹으니, 입 안이 상큼하게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제공되었다.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은 입가심으로 완벽했다.

일일시호주에서는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즐길 수 있었다.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 소리는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룸 외에도 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혼자 방문해서 조용히 술을 즐기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혼자 바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며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손님도 있었다.
벽 한쪽에는 다양한 사케가 진열된 오픈 캐비닛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작은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사케 외에도 한국 소주와 맥주도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만족감이 밀려왔다. 훌륭한 음식과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밤이었다. 다음에 부산에 방문하는 친구가 있다면, 꼭 일일시호주에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메뉴의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음식의 퀄리티와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돌아오는 길, 일일시호주에서 맛본 숙성회의 풍미가 혀끝에 맴돌았다. 다음에는 꼭 샴페인을 들고 와서, 숙성회와 함께 즐겨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전포 지역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일일시호주를 강력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