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쏠비치에서의 가족 여행,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돈가스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맛집을 찾아 나선 길,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자리 잡은 “그냥경양식”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왠지 모르게 숨겨진 진도 맛집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1909년부터 시작했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라니, 과연 어떤 맛일까?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에는 웨이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골목길 풍경을 구경했다. 낡은 담벼락에 기대어 핀 꽃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도록 의자를 준비해둔 사장님의 배려가 돋보였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테이블은 10개 남짓. 낡은 듯하면서도 정감 가는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벽에는 여러 인증서와 사진들이 붙어 있었는데, 그중에는 미스트롯으로 유명한 송가인 씨의 사진도 있었다. 알고 보니 송가인 씨가 자주 찾던 맛집이라고.
메뉴판을 보니 돈까스, 안심까스, 비후까스, 생선까스 등 추억을 자극하는 메뉴들이 있었다. 가격도 착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7천 원에 돈가스를 맛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었다. 고민 끝에 돈까스와 안심까스를 주문했다.
주문 후, 따뜻한 스프가 나왔다. 후추가 살짝 뿌려진 크림 스프는 어릴 적 경양식집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스프가 입맛을 돋우었다. 스프를 먹고 있자니,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돈가스를 먹으러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드디어 기다리던 돈가스가 나왔다. 큼지막한 돈가스 위에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얇게 썰린 양배추 샐러드 위에는 케첩과 마요네즈가 앙증맞게 뿌려져 있었고, 독특하게도 볶은 당근, 양파, 시금치가 함께 나왔다.
돈가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소스는 시판용이 아닌 직접 만든 듯했다.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소스 맛이 강하지 않아 돈가스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반찬으로 나온 김치와 깍두기였다. 직접 담근 김치라고 하는데, 정말 젓갈향이 진하고 깊은 맛이 났다. 아삭아삭한 깍두기도 일품이었다. 돈가스의 느끼함을 김치와 깍두기가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역시 전라도 김치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가스와 함께 나온 볶은 당근, 양파, 시금치는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졌지만, 돈가스와 함께 먹으니 의외로 잘 어울렸다. 특히 볶은 양파의 달콤함이 돈가스의 풍미를 더해주는 듯했다.
안심까스는 돈가스보다 더 부드러웠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튀김옷은 바삭하고 고기는 촉촉해서 환상의 조합을 이루었다. 아이들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돈가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인정한 맛집이었다.

옆 테이블을 보니 비후까스를 드시는 분들이 있었다. 다음에는 비후까스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비후까스도 정말 맛있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셨다.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정말 친절하셨다. 나갈 때까지 웃는 얼굴로 배웅해 주셨다.

“그냥경양식”은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맛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돈가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진도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면 되니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진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냥경양식”에 방문하여 추억의 돈가스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진도의 숨겨진 맛집에서 특별한 경험을 해보시길 바란다.
총평:
* 맛: ★★★★☆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맛)
* 가격: ★★★★★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 분위기: ★★★☆☆ (낡은 듯하면서도 정감 가는 분위기)
* 서비스: ★★★★☆ (친절한 사장님)
* 재방문 의사: ★★★★★ (진도에 다시 방문하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