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점심, 쨍한 햇살이 쏟아지는 날이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갈치조림이 떠올랐다. 집에서는 도저히 그 맛을 낼 수 없어 늘 아쉬웠는데, 왠지 오늘따라 그 간절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침산동 근처에 생선구이로 유명한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곧장 핸들을 돌렸다. ‘오봉오거리’라는 정겨운 이름의 교차로 인근,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넓어 편안하게 차를 댈 수 있었고, 엘리베이터까지 갖춰져 있어 어르신들도 편하게 방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인상부터가 왠지 모르게 따스하고 정감이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갓 오픈한 듯 깨끗한 식당 내부는 기분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니, 갈치, 고등어 등 다양한 생선구이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 갈치조림이었다. 2인 갈치조림 정식에 갈치구이를 추가하는 호사를 누리기로 결정했다.

주문을 마치자, 순식간에 테이블 위로 다채로운 반찬들이 차려졌다. 김치를 비롯해 젓갈, 샐러드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흡족스러웠다. 특히 놋그릇에 담겨 나온 반찬들은 깔끔함을 더했고,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갈치조림이 냄비에 담겨 등장했다.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갈치와 함께 큼직하게 썰린 감자, 무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매콤한 향이 코를 찌르면서 식욕을 자극했다.
갈치조림은 테이블 위 버너에서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붉은 양념이 끓어오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했다. 국물을 한 스푼 떠서 맛보니,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사용한 듯한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은 아니었지만, 꽤나 흡사한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갈치 살은 어찌나 통통한지,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부드럽게 발라졌다. 갓 지은 돌솥밥 위에 갈치 살을 듬뿍 올려 한 입 가득 넣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매콤한 양념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특히 갈치조림에 들어있는 감자는 푹 익어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숟가락으로 으깨서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정말이지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함께 주문한 갈치구이도 맛보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갈치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갈치조림의 강렬한 맛에 살짝 묻히는 느낌이었다. 굳이 추가 주문하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집에서 생선 굽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갈치조림과 함께 나온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는 구수한 향으로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두부와 애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는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특히 돌솥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누룽지와 함께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해졌다. 과식을 했다는 죄책감이 살짝 들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만족감이 훨씬 컸다. 계산을 하면서 보니, 가격이 살짝 비싼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이 정도 가격에 이렇게 푸짐한 한 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나서면서, 친절한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기분 좋게 점심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갈치조림의 맛과 정겨운 분위기 덕분일까. 침산동 골목에 숨어있는 이 작은 맛집은, 내게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대구에서 맛보는 푸근한 생선요리의 향연은, 당분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