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강원도 영월 여행. 굽이치는 동강의 물줄기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영월 맛집’을 검색하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상동막국수’였다. 단일 메뉴로 승부하는 노포의 포스가 느껴져 망설임 없이 핸들을 꺾었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식당 앞은 여전히 북적였다. 주차할 곳을 찾아 주변을 몇 바퀴나 맴돌았을까. 다행히 멀지 않은 골목길에 자리가 있어 겨우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입구에는 대기 명단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름 옆에 인원수를 적고 기다리는 동안, 강원도 사투리가 정겨운 아주머니들의 수다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여기 막국수는 한 번 먹으면 잊을 수가 없어. 춘천 막국수랑은 또 다른 맛이라니까.”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상동막국수의 메뉴는 단 하나, 막국수 뿐이니까. 40년 넘게 막국수만을 고집해온 장인의 손맛은 과연 어떤 맛일까.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2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맛집의 활기가 느껴졌다. 낡은 듯 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막국수 한 그릇이 눈 앞에 놓였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막국수 위에는 김가루와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얇게 채 썬 오이와 무생채가 소담하게 얹혀 있었다. 뽀얀 메밀면 위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테이블 위에는 식초와 겨자, 설탕이 놓여 있었다. 취향에 따라 넣어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둔 세심함이 돋보였다. 놋주전자에는 시원한 육수가 담겨 있었다. 우선 육수를 조금만 넣고 비빔으로 먹다가, 나중에 육수를 더 부어 물 막국수로 즐기라는 설명을 들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양념과 골고루 섞었다.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드디어 첫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쫄깃하면서도 탄력 있는 면발의 식감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양념은 과하게 맵거나 짜지 않고,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듬뿍 뿌려진 김가루와 깨의 고소함이 막국수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처음에는 비빔 막국수로 맛을 음미했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면을 반쯤 먹었을 때, 놋주전자에 담긴 육수를 부었다. 차가운 육수가 더해지니, 매콤했던 막국수가 시원하고 깔끔한 맛으로 변신했다. 마치 두 가지 음식을 먹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육수를 붓기 전과 후의 맛을 비교해보니, 개인적으로는 비빔 막국수가 더 맛있었다. 육수를 부으니 양념의 맛이 희석되어 밍밍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원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육수를 듬뿍 부어 물 막국수로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테이블에 놓인 식초와 겨자를 약간 넣어 먹으니, 밍밍했던 맛이 한층 살아났다.
면을 다 먹고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이미 배가 너무 불렀기 때문이다. 곱빼기를 시킬까 잠시 고민했지만, 일반 막국수의 양도 결코 적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벽에 붙은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3월부터 막국수 가격이 10,000원으로 인상된다는 내용이었다. 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막국수를 즐길 수 있었던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상동막국수를 나오면서,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영월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상동막국수에 들러 또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싶다.

상동막국수 방문 후기 요약
* 메뉴: 막국수 단일 메뉴 (8,000원, 3월부터 10,000원으로 인상 예정)
* 맛: 쫄깃한 면발과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의 조화. 김가루와 깨의 고소함이 풍미를 더함.
* 양: 일반 막국수의 양도 충분함.
* 서비스: 친절한 편은 아니지만, 필요한 것은 바로바로 제공해줌.
* 분위기: 낡았지만 깔끔한 노포 분위기.
* 주차: 가게 앞 주차 공간은 협소하지만, 주변 골목에 주차 가능.
* 총평: 영월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지역 맛집. 40년 전통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 웨이팅이 있을 수 있지만, 회전율이 빨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상동막국수,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단일 메뉴 맛집을 선호하는 분
* 강원도 영월 지역의 향토 음식을 맛보고 싶은 분
* 소박하고 정겨운 노포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
* 가성비 좋은 막국수를 찾는 분
* 혼밥 여행객
아쉬운 점
* 직원들의 친절함은 기대하기 어렵다.
*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다.
* 가게 위생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영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 번 상동막국수에 방문하여 40년 전통의 손맛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소박하지만 깊은 맛은 분명 당신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