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 문득 고향의 따스함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지리산 자락 아래, 청정 자연을 품은 함양의 작은 밥집, ‘청학산’이다. 오도재와 지안재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도착한 그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바로 그 냄새였다. 정갈하게 놓인 나무 테이블과 창밖으로 펼쳐진 초록빛 풍경은, 도시의 번잡함에 지친 나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는 듯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콩잎곰국정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콩잎을 넣어 끓인 곰국이라니, 흔히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였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콩잎은 직접 담가 사용하신다고 했다. 콩잎김치는 가끔 먹어봤지만, 곰국에 넣어 끓인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콩잎곰국정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한 상 차림이 눈 앞에 펼쳐졌다. 뽀얀 곰국을 중심으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미밥, 노릇하게 구워진 조기, 그리고 정갈하게 담긴 20여 가지의 밑반찬들이 빈틈없이 테이블을 채웠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 푸짐한 밥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가장 먼저 콩잎곰국을 한 숟갈 떠서 맛보았다. 뽀얀 국물은 깊고 진한 사골의 풍미를 가득 담고 있었다. 콩잎 특유의 향긋함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곰국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듯했다. 콩잎은 전혀 질기거나 거슬리지 않았고, 부드럽게 씹히면서 곰국과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껏 끓여낸 보양식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흑미밥은 갓 지은 듯 윤기가 흘렀고, 찰진 식감이 일품이었다. 밥만 먹어도 맛있었지만, 곰국에 말아 먹으니 더욱 꿀맛이었다. 뜨끈한 곰국 국물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입 안 가득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정식에 함께 나오는 제육볶음은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러웠고, 아삭한 양파와 깻잎이 함께 볶아져 향긋함을 더했다.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져 나와, 먹는 내내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상추에 흑미밥과 제육볶음을 듬뿍 올려 쌈으로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노릇하게 구워진 조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살을 발라 흑미밥 위에 올려 먹으니,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비워냈다. 1인당 1마리씩 제공되어,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콩나물무침은 아삭하고 시원했고, 멸치볶음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했다. 깻잎장아찌는 향긋했고, 김치는 아삭하고 매콤했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콩잎김치는 곰국과의 환상적인 조합을 자랑했다.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반찬들 덕분에, 젓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속은 더부룩하지 않고 편안했다. 마치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을 먹은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와 정성 가득한 음식 덕분에,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식당 한켠에는 식객 허영만 선생님의 싸인이 걸려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식객의 까다로운 입맛도 사로잡은 청학산의 콩잎곰국정식은, 내 인생 최고의 곰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청학산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고향의 따뜻한 정과 어머니의 손맛을 되찾아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맛보는 콩잎곰국정식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함양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청학산은 단순히 ‘음식이 맛있는’ 식당을 넘어,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잊혀진 고향의 맛을 되살려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콩잎곰국이라는 독특한 메뉴는, 어쩌면 잊고 지냈던 우리네 전통 음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인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에 지쳐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추억과 따뜻한 감성을 되찾고 싶다면, 함양 청학산으로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곳에서 당신은 분명, 잃어버렸던 마음 속 고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의 팁: 청학산 방문 전,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식사 후에는 식당 주변의 오도재와 지안재를 둘러보며 아름다운 지리산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가을에는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주차 정보: 넓은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 걱정 없이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다.

청학산에서 맛본 콩잎곰국정식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경험이었다. 잊혀져가는 고향의 맛을 되살리고,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청학산에서 맛보는 콩잎곰국정식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나는 다시, 그 맛과 정을 느끼기 위해 함양으로 향할 것이다. 청학산,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곳. 그곳은 내 마음 속 영원한 함양 맛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