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바람결에 실려오는 여름의 향기가 짙어진 6월 초, 묵직했던 겨울 외투를 벗어던지듯,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싱그러운 맛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했다. 목적지는 진주, 그중에서도 평거동에 자리 잡은 축항물회였다.
사실 물회는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음식이다. 어린 시절, 바닷가 마을에서 나고 자란 나는 여름이면 할머니가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만들어주시던 물회를 즐겨 먹었다. 짭짤한 바다 내음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그 맛은, 지금도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향수 같은 존재다.
진주에서 맛보는 물회는 어떤 맛일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축항물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평거동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서부터 ‘축항물회 횟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짙은 회색빛 건물 외관에 금색 글씨로 쓰인 상호는, 어딘가 모르게 정직하고 묵직한 인상을 풍겼다. , 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건물 앞에는 메뉴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다양한 물회 종류와 회덮밥, 전복버터구이 등 다채로운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활기찬 기운이 감도는 공간이 펼쳐졌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시끌벅적한 소리,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면에는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이 담긴 낙서와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는데,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맛집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축항물회, 스페셜물회, 전복물회 등 다양한 물회 종류가 있었고, 회덮밥이나 전복버터구이 같은 메뉴들도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나는 축항물회와 함께 여름에만 맛볼 수 있다는 회덮밥을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갓김치,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김치전 등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은 하나같이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따뜻하게 구워져 나온 김치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리뷰에서 “반찬들이 깔끔해서 좋다”는 평을 보았는데, 과연 그 말대로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축항물회가 등장했다. 커다란 양푼에 싱싱한 횟감과 채소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는데, 그 양에 압도당할 정도였다. 과 에서 보았던 것처럼, 붉은 양념과 싱싱한 횟감, 알록달록한 채소가 어우러진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듯했다. 횟감 위에는 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향을 더했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보니, 안에는 쫄깃한 냉면 사리가 숨어 있었다. 물회에 냉면 사리를 넣어 먹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증을 안고 냉큼 면을 들어 올려 후루룩 맛을 보았다. 차가운 육수와 쫄깃한 면발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더위로 지쳐있던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횟감의 신선함이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은, 마치 갓 잡아 올린 듯 싱싱했다. 뼈가 하나도 씹히지 않아 먹기에도 편했고, 비린 맛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리뷰에서 “재료가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신선한 재료는 맛의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을 보면, 싱싱한 횟감 위에 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물회 육수는 새콤달콤하면서도 적당히 매콤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너무 시거나 달지 않아서,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특히,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는 더위를 잊게 할 만큼 시원했다. 숟가락으로 육수를 떠 마실 때마다, 온몸에 짜릿한 청량감이 퍼져나가는 듯했다.
물회에 밥을 말아 먹으니,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차가운 밥알이 쫄깃한 횟감, 아삭한 채소와 어우러지면서, 입안 가득 풍성한 식감을 선사했다.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든 육수는,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정신없이 물회를 먹어치웠다.

물회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회덮밥이 나왔다. 큼지막한 그릇에 밥과 채소, 횟감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는데, 붉은 초고추장이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골고루 비벼 한 입 맛보니,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신선한 횟감은 쫄깃했고,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는 신선했다. 특히, 초고추장의 감칠맛이 밥, 횟감, 채소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회덮밥과 함께 나온 미역국도 인상적이었다. 뽀얀 국물에 미역과 함께 생선 살이 듬뿍 들어 있었는데,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미역의 부드러운 식감과 생선 살의 담백한 맛이 잘 어우러져, 회덮밥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리뷰에서 “미역국이 맛있다”는 평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 말대로였다. 을 보면, 뽀얀 국물에 미역과 전복이 담겨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정신없이 물회와 회덮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양푼과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맛있음은 물론 푸짐한 양 덕분에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대 앞에는 사탕과 함께 ‘커피는 셀프’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나는 커피 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가게를 나섰다.
축항물회를 나서면서,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물회 맛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 그 시절의 추억과 함께, 진주에서의 새로운 추억을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진주 평거동 맛집으로 인정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축항물회의 가장 큰 매력은, 신선한 재료와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싱싱한 횟감과 채소, 새콤달콤한 육수가 어우러진 물회는, 더위에 지친 입맛을 되살려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넉넉한 양 덕분에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리뷰에서 “친절하다”는 평이 많았던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활기 넘치는 젊은 직원들의 모습은 ,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 앞에 전용 주차장이 없다는 점은, 차를 가지고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갓길이나 골목에 주차할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총평하자면, 축항물회는 신선한 재료와 푸짐한 양, 친절한 서비스가 돋보이는 진주 물회 맛집이다. 무더운 여름, 시원하고 맛있는 물회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물회를 즐겨 먹었던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맛있는 물회를 즐겨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