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한옥에서 즐기는 성북동 약선, 이향에서 만나는 맛있는 시간 [지역명 맛집]

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와 훌쩍 떠나온 성북동.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 들고 싶을 때, 나는 종종 이곳을 찾는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곤 하는데,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그 골목 어귀에 숨어있는 한정식 맛집, ‘이향’이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날이었지만, 발걸음은 어쩐지 가벼웠다. 한옥을 개조했다는 ‘이향’은, 겉모습부터 따뜻한 정감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풍겨오는 나무 향과 따스한 온기가, 꽁꽁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는 듯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니, 온돌 바닥의 기분 좋은 따뜻함이 발끝을 타고 올라왔다.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이향 내부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이향’의 내부 모습은 정겹기 그지없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이향’의 대표 메뉴는 단연 단호박약선밥. 하지만 곁들여 먹기 좋은 갈비찜과 김치찜도 눈에 밟혔다. 결국, 우리는 단호박약선밥과 갈비찜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단호박약선밥이었다. 반으로 갈라진 단호박 안에 찰진 밥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밥 위에는 밤, 호박씨, 견과류 등이 넉넉하게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샛노란 단호박의 색감과 밥알의 윤기가 어우러져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사진으로 보니 단호박 겉면의 짙은 녹색과 속의 밝은 주황색이 대비를 이루면서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돌솥에 담겨 나온 단호박약선밥
돌솥에 담겨 나온 단호박약선밥은 따뜻함이 오래 유지되어 더욱 좋았다.

젓가락으로 밥을 살살 저어 한 입 맛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단호박의 은은한 단맛과 찰밥의 쫀득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밥에 함께 들어있는 밤과 호박씨는 씹는 재미를 더해주었고, 고소한 견과류는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과하지 않은 단맛 덕분에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단호박약선밥과 함께 나온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나물 종류도 다양하게 나와서 마치 집밥을 먹는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간이 세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덕분에,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정갈한 밑반찬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밑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웠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슴슴하게 무쳐진 나물들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셨던 바로 그 맛.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사진 속 반찬들을 살펴보니, 윤기가 흐르는 것이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건강한 식단을 지향하는 것은 좋았지만, 단백질 반찬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 콩이나 멸치볶음처럼 간단한 단백질 반찬이 추가된다면, 더욱 완벽한 한 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갈비찜이었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갈비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갈비와 큼지막한 대추, 잣 등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먹음직스러운 갈비찜과 밑반찬
놋그릇에 담겨 나온 갈비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갈비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럽게 뼈에서 분리되는 살코기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달콤 짭짤한 양념은 과하지 않아 좋았고, 은은하게 퍼지는 한약재 향은 풍미를 더했다. 하지만 갈비찜의 양이 다소 아쉬웠다. 2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더 푸짐하게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남았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향’에서의 식사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홀이 넓지 않아 손님이 많을 때는 다소 소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대에는 비교적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단호박 속에 담긴 밥
단호박 속에 찰진 밥이 가득 담겨 있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따뜻한 온돌 바닥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이향’은 마치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이 한옥 지붕 위로 쏟아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향’은 맛있는 음식은 물론, 아름다운 풍경까지 선사하는 곳이었다.

정갈한 반찬들
색색깔의 나물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게 했다.

다음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향’은 어르신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특히, 건강한 음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다채로운 밑반찬
다채로운 밑반찬은 ‘이향’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돌아오는 길, 친구와 나는 ‘이향’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편안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이향’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성북동 맛집이 될 것 같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은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총평:

‘이향’은 맛과 분위기, 건강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곳이다. 단호박약선밥은 꼭 먹어봐야 할 메뉴이며, 갈비찜과 함께 주문하면 더욱 풍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고, 손님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여, ‘이향’의 따뜻함을 함께 나누고 싶다.

단호박밥과 반찬들
단호박밥은 ‘이향’의 시그니처 메뉴다.
단호박밥 근접샷
단호박밥에 들어있는 밤과 견과류는 씹는 재미를 더했다.
푸짐한 한 상 차림
푸짐한 한 상 차림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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