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수원 팔달문 근처의 복잡한 시장 골목을 헤매는 발걸음은 묘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좁다란 골목길 사이에 숨겨진 듯 자리한, 홍콩 야시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겨왔다는 팔달삼림이었다. 간판을 찾기 어려워 주변을 몇 번이나 맴돌았을까.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나는 마침내 팔달문시장 상인회 입구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작은 문을 발견했다. 그 문 너머에 펼쳐질 풍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포털 같았다. 낡은 시장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붉은 홍콩풍 등이 은은하게 빛나는 야외 테이블과, 벽면에 걸린 홍콩 영화 포스터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좁은 골목길에서 몇 발짝 들어왔을 뿐인데, 순식간에 홍콩의 어느 뒷골목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귓가에는 낯익은 광둥어 OST가 흘러나오고,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정겹게 울려 퍼졌다.

마침 자리가 없어 잠시 대기해야 했는데, 기다리는 시간조차 지루하지 않았다. 마당 한 켠에 놓인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쉴 새 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노상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 식당 내부의 아늑함을 선호하는 사람, 저마다 다른 모습이었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자리를 안내받았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다양한 중식 메뉴들 사이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마라새우였다. 매콤한 마라의 향이 코를 찌르는 듯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맛이었다. 함께 곁들일 술로는 시원한 생맥주를 주문했다.
주문 후, 기본 안주로 볶은 땅콩이 나왔다. 흔히 중국집에서 볼 수 있는 짭짤한 땅콩과는 달리, 한국식으로 볶아져 고소한 맛이 강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라새우가 나왔다. 붉은 양념을 잔뜩 머금은 새우들이 접시 위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것보다 훨씬 푸짐한 양에 감탄했다. 젓가락으로 새우 한 마리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탱글탱글한 새우의 식감과 함께, 매콤하면서도 얼얼한 마라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마라의 강렬한 맛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톡 쏘는 듯한 자극적인 맛보다는, 기름진 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듯한, 순한 마라 맛이었다. 고량주를 부르는 화끈한 맛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소주가 더 어울리는 맛이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팔달삼림에는 마라새우 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옆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 마라탕을 보니, 맵다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다들 국물을 연신 떠먹고, 땀을 흘리는 사람도 없었다. 아마 마라탕 역시 순한 맛일 거라고 예상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다른 메뉴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시원하고 상큼한 오이무침을 주문했다. 잠시 후, 접시 가득 담긴 오이무침이 나왔다. 아삭아삭한 오이의 식감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오이가 정말 신선해서 좋았다. 마라새우의 느끼함을 싹 씻어주는 깔끔한 맛이었다.

팔달삼림에서는 고수와 양파 샐러드를 곁들인 차슈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차슈와, 향긋한 고수의 조합은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한다. 이국적인 풍미가 더해진 오이 샐러드 역시 훌륭하다고 하니, 다음 방문 때는 꼭 한번 맛봐야겠다.
음식 맛은 평범했지만, 팔달삼림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분위기였다. 붉은색 홍등 아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홍콩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은 정말 특별했다.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굳이 홍콩에 가지 않아도, 수원에서 충분히 홍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팔달삼림은 팔달문시장 상인회 입구 옆에 위치해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나 역시 구글 지도를 켜고 주변을 한참 헤맸다. 하지만,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비행기 모양의 광고 풍선을 발견한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그 풍선이 바로 팔달삼림을 안내하는 표지판 역할을 한다.

팔달삼림은 ‘도심 속 홍콩’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식당이다. 낡은 시장 골목 안에 숨겨진 이 공간은, 마치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붉은 홍콩풍 등이 눈에 들어온다. 벽면에는 홍콩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고, 귓가에는 낯익은 광둥어 OST가 흘러나온다.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은 홍콩 야시장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준다.
이곳의 메뉴는 마라새우, 마라탕, 오이무침 등 다양한 중식 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음식 맛은 훌륭하지만, 팔달삼림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분위기다. 붉은 홍등 아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홍콩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은 정말 특별하다.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팔달삼림은 특별한 날,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친구들과 함께, 연인과 함께, 혹은 혼자서, 누구와 함께라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수원의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에서, 홍콩의 밤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귓가에는 여전히 광둥어 OST가 맴돌고, 눈앞에는 붉은 홍등의 잔상이 아른거렸다. 수원 팔달문, 그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작은 홍콩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꼭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 봐야지. 그땐 고량주도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