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는 늘 마음 한켠에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섬진강의 잔잔한 물결, 지리산의 웅장한 자태, 그리고 5일장의 활기 넘치는 풍경까지, 모든 것이 어린 시절 추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특히 구례 5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정이 넘실거리는 삶의 터전이었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구례를 찾은 나는 어김없이 5일장으로 향했다. 장날의 북적거림은 여전했고, 활기찬 에너지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5일장을 둘러보던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식당이 있었다. ‘최궁식당’. 간판에는 백반과 쌈밥 전문이라고 적혀 있었고, 정겹게 웃는 할머니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식당 안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마다 놓인 푸짐한 음식들을 보니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메뉴판을 보니 돼지불백쌈밥과 고등어구이가 대표 메뉴인 듯했다. 5일장날에는 돼지불백쌈밥만 주문이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돼지불백쌈밥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반찬이 놓이기 시작했다. 김치, 나물, 젓갈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8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백반에 나오는 나물 반찬은 간장이 맛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불백이 나왔다. 쇠판 위에 올려진 돼지불백은 보기만 해도 매콤해 보였다. 돼지불백 위에는 신선한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참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돼지불백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한 맛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고추장 양념의 깊은 맛과 돼지고기의 풍미가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돼지불백은 주문 즉시 부엌에서 직접 무게를 재어 양념하고 요리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고 맛있었다. 고기의 질도 훌륭했고, 누린내도 전혀 나지 않았다. 쇠판 덕분에 오랫동안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돼지불백을 상추에 싸서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유기농 상추의 신선함과 아삭한 식감이 돼지불백의 매콤함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쌈을 한 입 가득 넣고 오물오물 씹으니, 어릴 적 할머니가 싸주시던 쌈이 떠올랐다. 고향의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나물 반찬은 간이 딱 맞았고, 김치는 아삭하고 시원했다. 젓갈은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아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반찬이 맛있으니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우게 되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주인 할머니는 끊임없이 부족한 것은 없는지, 입맛에 맞는지 물어보셨다. 마치 친할머니처럼 따뜻하고 푸근한 모습에 마음이 절로 편안해졌다. 복날에는 서비스 음식을 많이 주신다고 하니, 복날에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할머니께서 후식으로 김부각을 주셨다. 직접 만드신 김부각이라고 하셨는데,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김부각을 먹으면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커피는 셀프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최궁식당은 5일장 안에 위치하고 있어, 장날에는 손님이 많아 꽤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맛과 푸짐한 인심을 자랑한다. 5일장이 열리는 3일과 8일에 방문하면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궁식당은 섬진강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휴식처가 될 것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식당은 아침과 저녁 식사도 가능하니, 언제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
최궁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오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고향의 정과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례 5일장에 방문한다면, 꼭 최궁식당에 들러 맛있는 돼지불백쌈밥을 맛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고등어구이와 오리 주물럭의 맛이 궁금하다.

구례에서의 짧은 여행은 최궁식당 덕분에 더욱 풍성하고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5일장의 활기, 섬진강의 아름다움, 그리고 최궁식당의 따뜻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에 또 구례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어김없이 최궁식당을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또 어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만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구례 맛집 기행은 언제나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