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념일을 맞아,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어왔던 대전의 스시 명가, ‘호산’을 다시 찾았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런치만 간간이 즐겼었는데, 이제는 런치 영업도 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는 소식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예약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이란! 마치 보물을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은은한 조명이 나무 소재의 인테리어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차분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순간, 일상의 번잡함은 잊혀졌다. 테이블 위에는 가지런히 놓인 나무 받침, 그 위에 놓인 하얀색 냅킨과 푸른 물고기가 그려진 작은 접시가 놓여 있었다. 젓가락 받침은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쉐프의 칼질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오마카세 코스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아귀 간 요리였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아귀 간의 풍미는, 신선한 재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은 맛을 선사했다. 이어서 나온 전복 내장 소스는,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쉐프님의 정성 어린 손길이 느껴지는 섬세한 맛의 향연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다음으로는, 쉐프님의 화려한 칼솜씨가 돋보이는 스시들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광어, 참치, 연어 등 다양한 종류의 신선한 횟감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며 각자의 개성을 뽐냈다. 특히, 샤리의 초 배합이 기가 막혔다. 혀끝에 감도는 은은한 단맛과 신맛의 조화는, 횟감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밥알 한 알 한 알이 살아있는 듯한 식감 또한, 훌륭했다.

스시와 함께 곁들여 마신 고구마 소주는, 깔끔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스시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쉐프님께서는, 술에 대한 나의 취향을 세심하게 파악하시고는,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추천해주셨다. 덕분에, 스시와 사케의 환상적인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었다. 메뉴판에는 다양한 사케 리스트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다음 방문 때는, 니혼사케를 좀 더 깊이 음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 중간에 등장한 굴 튀김은, 바삭한 튀김옷 속의 촉촉한 굴이 입안에서 터져 나오며 황홀경을 선사했다. 굴 특유의 향긋한 바다 내음과 고소한 튀김의 조화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다만, 니싱 소바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식사를 하는 동안, 쉐프님과 직원분들의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에 감동받았다. 2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선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쉐프님께서는, 스시 하나하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주셨고, 재료에 대한 깊은 지식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장인의 쇼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제공된 말차 테린은,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었다. 특히, 말차의 깊은 풍미는, 지금까지 맛보았던 디저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쫀득한 식감 또한, 훌륭했다. 한 입, 한 입 음미할 때마다, 행복감이 밀려왔다.
‘호산’에서의 오마카세 경험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미식을 통해 삶의 행복을 느끼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훌륭한 식재료, 숙련된 쉐프의 솜씨, 그리고 정성 어린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둑한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 가게 앞을 장식하고 있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조명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스시 호산이라는 간판이 검정색 벽면에 고급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늘 경험한 맛과 감동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 기념일에도, 주저 없이 ‘호산’을 찾을 것이다. 그 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특별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이곳은 대전 뿐 아니라 전국구 맛집이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예약이 어려운 것만 빼면, 서비스, 재료, 퀄리티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곳이다. 서울의 유명 스시야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승철 쉐프님의 스시는, 정말 최고였다.

스시를 맛보는 동안,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3시간 동안 30가지 요리가 나오는 동안, 나는 오롯이 맛에 집중하며, 미식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쉐프 바로 앞자리에 앉아, 쉐프님의 화려한 칼솜씨를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호산은, 단순한 스시집이 아닌, ‘미식 경험’을 선물하는 공간이다.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과 함께 방문하여,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돈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만족스러운 스시 전문점, 호산. 이곳에서 스시를 맛보기 시작하면 다른 식당 스시는 이제 만족스럽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