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에서 맛보는 숙성회의 황홀경, 빨강물고기에서 찾은 행복한 미식 경험

퇴근 후,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숙성회 생각에 무작정 모란역으로 향했다. 왠지 오늘은 눅진하고 감칠맛 넘치는 숙성회에 시원한 소주 한 잔이 간절했다. 역 근처에 숙성회로 입소문 난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노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빨강물고기’라고 적힌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빨간색으로 물고기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정감 가는 모습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이 많지 않아 다소 좁게 느껴졌지만, 은은한 조명 덕분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마침 자리가 하나 남아있어 운 좋게 웨이팅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었다. 벽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테이블마다 놓인 귀여운 도기 술잔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런 소소한 디테일들이 술맛을 더 돋우는 법이지.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분께서 설탕이 솔솔 뿌려진 토마토를 내어주셨다.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달콤한 설탕과 신선한 토마토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입맛을 돋우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숙성 모듬회는 당연히 시켜야 하고, 해물라면도 맛있다는 평이 많았다. 결국, 숙성 모듬회(중)과 해물라면을 주문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숙성 모듬회가 등장했다. 나무 도마 위에 옹기종기 담긴 회들의 색깔이 어찌나 곱던지. 연어, 광어, 참치, 도미, 숭어 등 다양한 종류의 숙성회가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다채로운 색감의 숙성 모듬회
나무 도마 위에 정갈하게 담긴 숙성 모듬회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회의 표면은 신선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회와 함께 제공되는 초밥이었다. 횟집에서 스키다시 대신 초밥을 내어주는 센스라니. 이 집, 분명 맛잘알이다.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연어회를 집어 들었다. 두툼하게 썰린 연어는 입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렸다. 숙성된 덕분에 특유의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소한 풍미만 남았다. 다음은 광어회 차례.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참치, 도미, 숭어 역시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입을 즐겁게 했다. 특히 도미는 껍질 부분을 살짝 구워 불향을 입혀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함께 나온 날치알을 회에 살짝 올려 먹으니, 톡톡 터지는 식감이 더해져 재미있는 맛을 선사했다. 초밥 역시 훌륭했다. 갓 지은 밥에 숙성된 회를 올린 초밥은, 입안에서 황홀한 조화를 이루었다.

신선한 숙성회 한 상
다양한 종류의 숙성회를 맛볼 수 있는 모듬 한 상

숙성회와 초밥을 번갈아 먹으니, 술이 술술 들어갔다. 앙증맞은 도기 술잔에 소주를 가득 채워 단숨에 들이켰다. 크, 이 맛이지.

회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해물라면이 등장했다. 커다란 그릇에 푸짐하게 담긴 라면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큼지막한 새우 한 마리가 라면 위에 떡 하니 올려져 있었고, 꽃게, 홍합, 조개 등 각종 해산물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라면 위에는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속을 확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불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국물은, 술안주로 제격이었다. 면발은 꼬들꼬들했고, 해산물은 신선했다. 특히 새우는 어찌나 크던지,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었다. 라면 한 젓가락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푸짐한 해물라면
각종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라면

배가 슬슬 불러왔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빨강물고기’의 숨겨진 보물이라는 ‘가마구이’를 안 먹어볼 수 없지. 가마구이는 1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메뉴였다.

드디어 가마구이가 나왔다. 달콤 짭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가마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발라 입에 넣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부드러운 살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고, 달콤 짭짤한 양념은 혀를 감쌌다.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가마구이는 정말 ‘술도둑’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메뉴였다.

윤기가 흐르는 가마구이
달콤 짭짤한 양념이 매력적인 가마구이

결국, 가마구이까지 싹싹 비우고 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정말 배가 터질 듯 불렀지만, 행복감은 그 이상이었다. ‘빨강물고기’는 가성비 최고의 맛집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숙성회, 해물라면, 가마구이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메뉴가 없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다음에 또 오세요!”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게 가게 문을 나설 수 있었다.

‘빨강물고기’는 좁은 공간과 다소 묵뚝뚝한 서비스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훌륭한 맛과 가성비로 모든 것을 커버하는 곳이었다. 특히 숙성회는, 내가 여태껏 먹어본 숙성회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모란역에서 숙성회를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빨강물고기’를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빨강물고기 가게 입구
정겨운 분위기의 빨강물고기 입구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빨강물고기’에서 맛봤던 숙성회의 감칠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조만간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란에서 발견한 이 작은 행복,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총점:
* 맛: 5/5
* 가격: 5/5
* 분위기: 4/5
* 서비스: 3/5

추천 메뉴:
* 숙성 모듬회
* 해물라면
* 가마구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초밥
모듬회 주문 시 함께 제공되는 초밥
빨강물고기 외부 간판
모란역 빨강물고기 외부 간판
메뉴판
다양한 메뉴를 확인할 수 있는 메뉴판
초밥과 새우장
신선한 재료로 만든 초밥과 새우장
초밥
다양한 종류의 초밥
싱싱한 해산물
해물라면에 들어가는 싱싱한 해산물
술잔
술맛을 돋우는 예쁜 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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