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야근에 지쳐 텅 빈 속을 채울 곳을 찾아 나섰다. 부산, 하면 역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돼지국밥집들이 떠오르지 않겠는가. 특히나 범일동은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곳들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었다. 그중에서도 내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은 바로 ‘밀양가산돼지국밥’이었다.
가게 앞을 서성이며 메뉴를 고민하는데, 멀리서도 눈에 띄는 하얀색 네온사인 간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큼지막하게 박힌 “밀양가산돼지국밥 24″라는 글자가 왠지 모를 든든함을 안겨주는 듯했다. 벽돌로 마감된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에서 믿음이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혼자 온 손님부터,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 테이블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은은한 광택을 내고 있었고, 테이블 한켠에는 물컵과 수저통, 냅킨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돼지국밥, 순대국밥, 따로국밥 등 다양한 국밥 메뉴와 수육, 순대 등 술안주로 좋을 만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인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친절한 직원분들이 밝은 미소로 맞아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국밥이 내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다진 양념이 얹어져 있었고, 넉넉하게 담긴 돼지고기가 식욕을 자극했다. 기본 반찬으로는 깍두기, 김치, 부추, 양파, 고추, 쌈장, 새우젓 등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깍두기는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김치는 적당히 익어 국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먼저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았다. 진하고 깊은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기름기가 적당히 감돌아 더욱 고소하게 느껴졌다.
돼지고기는 얇게 썰어져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퍽퍽하지 않고 촉촉해서 국물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돼지고기의 양도 넉넉해서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밥 한 공기를 국밥에 말아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잘 익은 깍두기를 올려 한 입 먹으니,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국밥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끊임없이 숟가락을 움직이게 했다.

함께 나온 부추를 듬뿍 넣어 먹으니, 향긋한 향이 국밥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새우젓을 살짝 넣어 간을 맞추니,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진 양념을 풀어 얼큰하게 즐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국밥을 먹는 동안, 문득 오래전 이 근처에서 자취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20대 초반, 낯선 부산 땅에 홀로 와서 힘들었던 시절,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큰 위로가 되었었다. 그 시절, 자주 찾았던 국밥집은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국밥을 먹으니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어느덧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단순히 배가 고팠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따뜻한 국밥 속에 담긴 추억과 정이,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직원분들이 환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봐 주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하며, 따뜻한 인사에 감사함을 느꼈다.

늦은 밤, 텅 빈 거리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외로이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인해 든든하게 채워져 있었다. 범일동 밀양가산돼지국밥, 이곳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당이 아닌, 추억과 따뜻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부산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들러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맛보고 싶다. 그때는 수육이나 순대도 함께 시켜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따뜻한 맛을 나누고 싶다.

총평
* 맛: 돼지 특유의 잡내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조화가 일품이다.
* 가격: 국밥 한 그릇에 7,500원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특히 24시간 운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매력적이다.
* 분위기: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혼밥을 하기에도 부담 없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다.
* 서비스: 친절하고 밝은 직원들의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늦은 시간에도 변함없는 친절함에 감동받았다.
* 재방문 의사: 부산에 다시 방문한다면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수육이나 순대도 함께 시켜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꿀팁
* 양념장을 넣지 않길 원한다면 미리 말씀드리는 것이 좋다.
* 깍두기와 김치는 국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니 꼭 함께 맛보시길 추천한다.
* 늦은 밤, 해장이 필요할 때 방문하면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주차는 식당 앞에 잠시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