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태백산맥의 배경이자 꼬막의 고장이라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제 내 기억 속 벌교는 조금 달라졌다. 며칠 전, 나는 그곳에서 잊지 못할 빵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모리씨 빵가게’. 작은 동네 빵집이 얼마나 특별할까 반신반의하며 찾아갔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은 기대 이상이었다. 벌교에서 가장 핫한 곳이라는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나는 곧 깨달았다.
태백산맥문학관 바로 앞에 자리한 모리씨 빵가게는, 겉모습부터가 남달랐다. 붉은 벽돌과 아담한 화분들이 어우러진 외관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빵집 같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빵집 앞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온 손님들일까. 나도 얼른 줄에 합류했다. 밖에서 보이는 빵집 내부는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노란빛 조명이 빵들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었고, 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빵집 외관을 좀 더 자세히 둘러보았다. 붉은 벽돌로 마감된 건물은 마치 오래된 유럽의 작은 빵집을 연상시켰다. 벽돌 사이사이에는 작은 화분들이 놓여 있었는데,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어 빵집에 생기를 더해주었다. 낡은 나무 벤치가 놓여 있는 입구 주변은 기다림마저 낭만적으로 만들어주는 듯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빵집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갓 구운 빵 냄새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작지만 아늑한 공간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벽돌 벽에는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따뜻한 색감의 조명이 공간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빵 진열대 앞에는 다양한 빵들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옥수수빵, 단팥빵, 크림빵 등 친근한 빵들부터 홍국쌀 식빵, 아몬드슈 등 독특한 빵들까지, 종류가 다양해서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특히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붉은 빛깔의 홍국쌀 식빵이었다. 쌀로 만든 빵이라니, 어떤 맛일까 너무나 궁금했다.

고민 끝에 나는 홍국쌀 식빵과 아몬드슈, 그리고 갈색 단팥빵을 골랐다. 계산대 앞에 서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아주머니는 빵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셨는데, 특히 홍국쌀 식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만든 빵이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아쉽게도 빵집에는 앉아서 먹을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빵집 근처에 빵을 들고 가서 먹을 수 있는 카페들이 몇 군데 있기 때문이다. 나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빵을 맛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홍국쌀 식빵을 맛보았다. 빵을 뜯는 순간, 쫄깃한 식감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입안에 넣으니, 은은한 쌀 향기와 함께 담백한 맛이 퍼져 나갔다. 쌀로 만든 빵이라 그런지, 속도 편안했다.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은 맛이었다. 따뜻할 때 바로 뜯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다음으로 아몬드슈를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아몬드슈는, 커피번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빵 겉면에 붙어 있는 아몬드 슬라이스는 고소함을 더해주었고, 빵 속에 들어 있는 생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얇은 빵과 달콤한 생크림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흰 우유와 함께 먹으니, 단맛이 중화되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갈색 단팥빵을 맛보았다. 빵결은 쫄깃했고, 단팥 앙금은 달콤했다. 팥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골고루 들어 있어, 빵과 팥의 조화가 훌륭했다. 빵은 천연발효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고소하고 깨끗한 맛이 느껴졌다.

빵을 맛보는 동안, 빵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다들 종이봉투 하나씩을 들고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빵 하나로 이렇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니, 모리씨 빵가게는 정말 특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리씨 빵가게는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빵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빵 가격은 5천 원대였는데, 맛과 품질을 생각하면 정말 착한 가격이었다. 특히 쌀빵은 소화도 잘 돼서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빵 맛도 훌륭했지만, 모리씨 빵가게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함이었다. 아주머니는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빵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셨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척을 대하는 것처럼, 따뜻하고 정감 있는 모습이었다. 아주머니 덕분에 빵을 사는 동안 기분이 정말 좋았다.
모리씨 빵가게는 오전과 오후에 나오는 빵이 다르다고 한다. 오전에 나오는 빵들이 구성이 더 좋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빵이 나오는 시간은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고, 오후 늦게 가면 빵이 다 팔리고 없을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인기 있는 빵은 금방 품절되기 때문에, 꼭 사고 싶은 빵이 있다면 미리 전화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모리씨 빵가게는 월요일과 화요일은 정기 휴무이다. 영업시간은 아침 10시 30분부터인데, 11시 30분에 갔는데도 홍국쌀 식빵을 사지 못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주차는 빵집 앞 길가에 해야 하고, 화장실은 근처 공원에 있다고 한다.

모리씨 빵가게에서 빵을 산 후, 나는 보성여관을 구경했다. 보성여관은 모리씨 빵가게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일제강점기 시대의 여관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꼬막정식을 먹고 모리씨 빵가게에 들르는 코스도 추천한다.
벌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모리씨 빵가게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맛있는 빵과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가 당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줄 것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모리씨 빵가게를 나오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맛있는 빵과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가 나에게 행복을 선사해주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벌교에 다시 가게 된다면, 나는 꼭 모리씨 빵가게에 들러 빵을 사 먹을 것이다. 그때는 홍국쌀 식빵을 꼭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번 벌교 여행에서 만난 모리씨 빵가게는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벌교 맛집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