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햇살 좋은 날, 문득 서울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적이는 강남의 카페 대신, 조금 더 여유롭고 특별한 공간에서 맛있는 빵과 향긋한 커피를 즐기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목적지로 정한 곳은 성북동, 그 중에서도 굽이굽이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성북동빵공장”이었다. 왠지 모르게 ‘빵공장’이라는 이름에서 풍겨져 나오는 투박함과 정겨움이 발길을 이끌었다.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30분 정도 걸었을까, 언덕길을 오르느라 살짝 숨이 찰 때쯤 вдалеке 저 멀리 ‘성북동빵공장’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묘하게 정감 있는 글씨체의 간판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느껴졌다. 건물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비탈면에 자리 잡은 독특한 구조의 빵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소한 빵 냄새와 따뜻한 분위기가 온몸을 감쌌다. 1층은 빵을 고르고 주문하는 공간이었는데,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진열된 모습은 마치 작은 빵 박물관에 온 듯했다. 쟁반과 집게를 들고 천천히 빵들을 둘러봤다. 기본 빵들은 3~4천 원대, 조금 특별한 빵들은 8천 원대 정도의 가격대였다. 요즘 워낙 빵 가격이 비싸다 보니, 아주 저렴하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맛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성북동 연탄빵’이었다. 이름처럼 검은색 연탄 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이 꽤나 독특했다. 오징어 먹물로 색을 낸 빵 속에 크림치즈떡과 마스카포네 크림이 들어있다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옆에는 뽀얀 슈가파우더를 듬뿍 뒤집어쓴 팡도르가 놓여 있었다. 마치 눈 덮인 산봉우리를 연상시키는 모습에 저절로 시선이 갔다.

고민 끝에 시그니처 메뉴인 성북동 연탄빵과, 팡도르, 그리고 쪽파 베이글을 골랐다. 음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다. 빵을 담아 계산대로 향하는 길, 쇼케이스 안에 가지런히 놓인 조각 케이크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1층에서 주문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빵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 공간이었는데, 넓은 창밖으로 성북동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갤러리처럼 그림들이 걸려 있어 빵을 먹는 동안에도 눈이 즐거웠다. 잠시 자리를 고민하다가, 창밖 풍경이 잘 보이는 계단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진동벨이 울리고, 주문한 빵과 커피가 나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먼저 성북동 연탄빵을 맛봤다. 빵을 반으로 가르자, 쫀득한 찹쌀떡과 부드러운 크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입 베어 무니, 쫄깃한 찹쌀떡의 식감과 달콤한 크림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흑임자가 콕콕 박혀있는 검은 빵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했다. 연탄 모양의 빵이라는 재미있는 콘셉트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맛이 훌륭했다. 찹쌀떡이 들어간 빵은 처음 먹어봤는데, 의외로 빵과 잘 어울려서 놀라웠다.
다음은 팡도르를 맛볼 차례. 팡도르 위에 듬뿍 뿌려진 슈가파우더가 마치 눈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팡도르를 한 입 베어 무니, 입 안 가득 달콤한 슈가파우더 향이 퍼졌다. 빵 속에는 부드러운 생크림이 가득 들어있었는데, 느끼하지 않고 신선한 맛이 좋았다. 팡도르의 달콤함은 아메리카노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쪽파 베이글을 맛봤다. 짭짤한 쪽파와 쫄깃한 베이글의 조합은 의외로 훌륭했다. 빵을 먹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성북동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푸르른 나무들과 고즈넉한 한옥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서울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빵을 다 먹고 난 후, 1층에 있는 작은 갤러리를 둘러봤다. 다양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빵집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갤러리 한쪽에는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에티오피아 원두로 내린 핸드드립 커피는,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빵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성북동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성북동빵공장에서 맛있는 빵과 커피를 즐기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성북동빵공장은 빵 맛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풍경과 갤러리까지 갖춘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빵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이었다. 주차는 발렛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3시간에 3천 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야외 테라스에서 빵을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실내 공간이 다소 협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북동빵공장은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북악산 성곽길이나 삼청동, 성북동 면옥집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코스로 묶어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면옥집에서 식사를 하고 영수증을 지참하면, 빵 가격을 할인해주는 혜택도 있다고 한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한성대입구역에서 택시를 타는 것이 편리하다.
성북동빵공장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빵집 방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울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맛있는 빵과 커피를 즐기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성북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그 때는 다른 빵들도 맛보고, 조금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돌아오는 길, 문득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빵집’이라는 어느 방문객의 말이 떠올랐다. 정말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빵집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마음 속에서는 가장 특별하고 아름다운 빵집으로 기억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