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 꽉 막힌 고속도로 대신 잠시 숨을 고르며 완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핸들을 틀었다. 목적지는 오성제 저수지, 그 잔잔한 물결 위에 떠 있는 듯한 오스갤러리였다. 아원고택에서 운영한다는 이곳은, 자연과 예술, 그리고 커피 향기가 어우러진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기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도착한 오스갤러리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과 붉은색 목조건물이 조화롭게 이어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르 꼬르뷔제의 롱샹교회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건축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건물의 독특한 형상과 창호의 형태, 그리고 외부와의 개방감에 압도당했다. 40년 전에 한옥 전문가가 지었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단순한 카페를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잔잔한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온몸을 감쌌다. 갤러리답게, 곳곳에 전시된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금사홍 작가님의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한지를 인화지로 활용한 사진 작품들이 독특한 질감을 뽐내고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며 천천히 공간을 거닐다 보니,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갤러리 구경을 마치고, 드디어 커피를 맛볼 차례. 메뉴판을 펼쳐보니, 음료 가격이 일반적인 카페보다 조금 높은 편이었다. 아메리카노가 9천 원이라니, 순간 망설여졌지만 이 아름다운 공간을 ‘이용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오성제 저수지를 바라보았다. 푸른 물결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커피가 나오기 전,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2층은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오스갤러리의 최고의 포토 스팟이었다. 탁 트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늦겨울의 풍경은 여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저수지를 둘러싼 산들의 능선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그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풍경이 평화로웠다.
드디어 핸드드립 커피가 나왔다. 은은한 커피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한 모금 마셔보니, 깊고 풍부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로스팅을 직접 한다는 이야기가 사실인 듯, 커피 맛이 훌륭했다. 다만, 아인슈페너는 크림이 조금 단단해서 아쉬웠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커피 맛은 이곳의 전부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예술 작품, 그리고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커피 맛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함께 간 일행은 더블토스트를 주문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망고와 유자잼, 그리고 크림치즈가 함께 제공되는데, 부족하면 더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고. 토스트와 커피를 즐기며 창밖 풍경을 감상하니,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스갤러리에는 귀여운 차우차우 강아지가 살고 있었다. 시크한 표정으로 갤러리를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묘하게 어울렸다. 애완견 출입은 금지되어 있지만, 이 곳의 마스코트인 차우차우는 예외인 듯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화장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였다. 갤러리 전체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갤러리, 카페, 그리고 화장실까지, 모든 공간이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스갤러리를 나섰다. 갤러리 앞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아쉽게도 잔디 보호를 위해 출입은 금지되어 있었다. 대신, 저수지 주변으로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 산책을 즐겼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다 보니,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오스갤러리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예술과 자연 속에서 힐링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비록 음료 가격은 다소 비쌌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완주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혼자 조용히 사색을 즐기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완주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스갤러리에서 얻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듯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릎 수술 후 돌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어하실 수도 있지만, 숲속의 휴식처 같은 이곳에서라면 분명히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이다.
오스갤러리는 내게 단순한 카페 그 이상이었다. 예술과 자연, 그리고 커피 향기가 어우러진 그곳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준 완주의 숨겨진 맛집이었다. 전북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오스갤러리에서 특별한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