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 따뜻한 국물과 싱싱한 해산물이 간절해졌다. 전포 사잇길을 거닐다 발견한 “원화랑”. 붉은색 간판이 정겹게 느껴지는 이곳은, 제철 해산물 전문점이라는 문구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신선함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문을 열자,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공간은 편안하면서도 설레는 기운이 감돌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수족관 안에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유영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오늘 맛볼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단연 겨울 제철 메뉴인 통영 굴보쌈, 구룡포 과메기, 그리고 대방어회였다. 겨울 바다의 진미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고민 끝에,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활아구수육과, 겨울을 맞아 싱싱함이 절정에 달했다는 굴보쌈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기본 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짭조름한 콩자반, 아삭한 김치, 따뜻한 두부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은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특히 달콤한 단호박 무스는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며 식전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활아구수육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이블 위 버너에 올려진 냄비 안에는 뽀얀 국물과 함께, 큼지막한 아구 살과 콩나물, 미나리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주문 즉시 수족관에서 꺼낸 아구를 손질하여 요리한다는 설명처럼, 아구 살은 탱글탱글하고 신선해 보였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아구수육. 콩나물과 미나리의 향긋한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국물을 한 숟갈 떠 맛보니, 깊고 시원한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면서도, 은은하게 퍼지는 생강 향이 잡내를 잡아주어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지리 아구탕을 먹는 듯한 시원함이랄까.
젓가락을 들어 아구 살을 집어 들었다. 뽀얗고 탱글탱글한 아구 살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아구 살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했고,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특히 콩나물과 미나리를 함께 곁들여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향긋한 향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아구수육을 맛보는 사이, 굴보쌈이 등장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쌈과 함께, 싱싱한 굴, 매콤한 김치, 그리고 따뜻한 두부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섬세하게 세팅된 모습에서, 음식을 대하는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얼음 위에 가지런히 놓인 굴은,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검은깨가 솔솔 뿌려진 굴은, 그 자체로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보쌈 한 점을 집어, 굴과 김치를 함께 올려 입안으로 가져갔다. 부드러운 보쌈과 탱글탱글한 굴, 아삭한 김치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굴 특유의 향긋한 바다 내음과, 보쌈의 고소한 풍미, 그리고 김치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멈출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굴은 전혀 비린 맛없이 신선했고, 보쌈은 따뜻하게 유지되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어느새 아구수육과 굴보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따뜻한 해물라면 국물이 생각났다. 마침 메뉴판에 얼큰 해물라면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잠시 후, 푸짐한 해물라면이 등장했다. 냄비 가득 담긴 해물라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꽃게, 새우,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이 아낌없이 들어간 해물라면은, 국물 맛이 정말 끝내줬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술을 부르는 마성의 맛이었다. 면발도 쫄깃쫄깃해서, 후루룩 면치기 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원화랑에서는 제철 해산물 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싱싱한 생새우회는 달콤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고, 매콤한 활아구찜은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화끈한 맛을 자랑한다. 특히 여름에 맛볼 수 있는 햇전어회는, 고소한 감칠맛이 일품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꼭 맛봐야겠다.

원화랑은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 또한 매력적인 곳이다. 적당히 캐주얼하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는, 술 한잔 기울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기분 좋은 식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며, 원화랑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을 되새겨보았다. 신선한 제철 해산물과, 푸짐한 인심, 그리고 따뜻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곳. 전포동에서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해산물 러버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제철 메뉴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오늘 나는 원화랑에서 겨울 바다를 만끽했다. 차가운 바람도 잊은 채, 따뜻한 정과 맛있는 음식에 흠뻑 취했던 시간. 전포동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 원화랑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