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지던 날,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목적지 없이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거창의 작은 면, 마리면이었다. 면사무소 앞, 유독 활기가 넘치는 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마리 해물칼국수’. 칼국수라는 소박한 이름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훅 하고 느껴졌다. 밖의 궂은 날씨가 무색하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무 테이블은 정겹고, 곳곳에 놓인 소품들은 소박한 멋을 더했다. 벽 한쪽에는 메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해물칼국수, 가오리회무침, 왕만두. 고민할 것도 없이 해물칼국수 2인분과 가오리회무침 작은 것을 주문했다. 칼국수는 2인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지만, 혼자 온 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양푼에 담긴 해물칼국수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오징어, 바지락, 굴, 미더덕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그 푸짐함에 입이 떡 벌어졌다. 면발은 기계면이 아닌 손칼국수 면발처럼 불규칙했지만, 그 쫄깃함이 남달랐다. 국물은 황태와 건새우로 우려냈다고 하는데, 한 입 맛보니 깊고 시원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 깍두기, 부추무침도 훌륭했다. 특히 겉절이는 젓갈 향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칼국수와 함께 먹으니 그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젓갈의 짭짤함이 칼국수의 시원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깍두기는 아삭하고 달콤해서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줬다.

보글보글 끓는 칼국수를 개인 접시에 덜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발을 후루룩 삼켰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이 입안에서 어우러졌다. 바지락은 신선해서 쫄깃했고, 오징어는 부드러웠다. 미더덕은 특유의 향긋함으로 칼국수의 풍미를 더했다. 면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밥을 말아 먹었다. 국물에 밥알이 퍼지면서 더욱 깊은 맛이 났다.

가오리회무침도 빼놓을 수 없었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가오리회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한 입 먹으니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가오리회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함께 버무려진 채소들은 신선하고 아삭했다. 특히 막걸리가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다.

혼자였지만, 2인분의 칼국수를 거의 다 비웠다. 그만큼 맛이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은 따뜻해지고 마음은 든든해졌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마리 해물칼국수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훌륭한 맛까지 모든 것을 갖춘 곳이었다. 특히 자극적이지 않고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국물은, 속을 편안하게 해줬다. 마치 할머니가 끓여주시는 듯한 정겨운 맛이었다.
식당은 넉넉한 주차 공간을 갖추고 있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지만, 대기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공간이 펼쳐져,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식사하는 동안 불편함은 없었다. 아이들을 위한 방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다음에는 꼭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야겠다. 칼국수와 함께 왕만두도 시켜서 푸짐하게 즐겨야지. 특히,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도 맛볼 수 있다고 하니, 더운 날씨에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거창을 지나 마리면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마리 해물칼국수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푸짐한 해물칼국수 한 그릇이면, 궂은 날씨도 잊게 될 것이다. 정겹고 푸근한 인심은 덤이다.

비 오는 날, 뜨끈한 칼국수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녹였던 거창 맛집 기행. 마리 해물칼국수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