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마저 행복한, 아산 꽁당보리밥에서 만난 추억의 맛과 풍성한 인심 (배방 맛집)

오랜만에 고향인 아산에 내려갈 일이 생겼다.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곳곳을 둘러보며 향수에 젖어 들 무렵, 문득 어머니가 즐겨 가시던 꽁당보리밥집이 떠올랐다. 구수한 보리밥과 푸짐한 반찬으로 입맛을 돋우던 그곳.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맛을 지키고 있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토요일 오전 11시 반, 넉넉잡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식당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에 잠시 당황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 기다림마저 설렜다.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주는 뻥튀기 기계가 눈에 띄었다. 어릴 적 문방구 앞에서 즐겨 먹던 뻥튀기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뻥튀기를 한 움큼 집어 들었다.

꽁당보리밥 간판
정겨운 느낌의 꽁당보리밥 간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나무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공간은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메뉴판을 보니 예전과 달라진 것 없이 청국장 정식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청국장 정식을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상 위에는 형형색색의 반찬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리밥을 중심으로 12가지나 되는 다채로운 찬들이 빈틈없이 놓였다. 갓 무쳐낸 듯 신선한 나물들,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젓갈,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사진에서 보았던 푸짐한 한 상 차림이 눈 앞에 펼쳐지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가장 먼저 보리밥에 눈길이 갔다. 윤기가 흐르는 밥알은 보기만 해도 찰기가 느껴졌다. 콩, 보리, 쌀의 황금비율로 지어진 듯,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보리밥을 담고, 갖가지 나물을 듬뿍 넣었다. 고추장을 살짝 더하고 참기름을 톡톡 떨어뜨리니, 향긋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보리밥 비빔밥
다채로운 나물과 함께 비벼진 보리밥의 향연

젓가락으로 정성껏 비빈 보리밥을 한 입 크게 떠먹으니, 입 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에 눈이 번쩍 뜨였다. 톡톡 터지는 보리알의 식감과 향긋한 나물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직접 짜낸 참기름의 고소함이 더해지니,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보리밥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함께 나온 청국장은 뜨끈한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쿰쿰한 냄새는 전혀 없고, 구수하고 깊은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한 술 떠보니, 부드러운 두부와 잘 익은 김치가 듬뿍 들어 있었다. 진한 국물은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짜지 않고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 보리밥과 함께 먹으니 최고의 조합이었다.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인 청국장

사진에서 보았던 것처럼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의 모습은 지금 다시 봐도 군침이 돈다. 뜨거운 김을 후후 불어가며 청국장을 맛보니,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 그대로였다. 깊고 진한 맛은 물론, 정성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수육이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수육은 보기만 해도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집어 새우젓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은, 왜 이곳 수육이 유명한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했다. 함께 나온 매콤한 무생채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입맛은 더욱 돋워졌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수육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수육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얇게 썰어진 수육 위에는 검은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옆에 함께 놓인 매콤한 무생채는 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꽁당보리밥에서는 식혜와 미숫가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달콤한 식혜는 입가심으로 제격이었다. 시원하게 들이키니, 텁텁했던 입 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고소한 미숫가루 역시 놓칠 수 없었다. 얼음 동동 띄워진 미숫가루는 더운 날씨에 지친 몸을 시원하게 달래주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타주시던 그 맛 그대로였다.

푸짐한 한 상 차림
정갈하고 푸짐한 한 상 차림에 감동

배불리 먹고 식당을 나서는 길, 꽁당보리밥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었다. 마치 고향집에 방문한 듯 따뜻하고 푸근한 정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 역시 이곳의 맛과 분위기를 분명 좋아하실 것이다. 아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꽁당보리밥에서 맛있는 보리밥과 함께 따뜻한 정을 느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의 맛을 소개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아산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꽁당보리밥에서 맛본 푸짐한 보리밥과 따뜻한 인심 덕분이었을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넉넉해지는 하루였다. 천안 근교 맛집을 찾는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꽁당보리밥 아산 배방 본점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수육과 곁들임
수육과 곁들임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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