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기다림마저 맛의 일부였을까. 속초에서 이름난다는 그곳, 생선구이와 부대찌개의 조합이 기가 막히다는 식당 앞에 섰을 때, 솔직히 한숨부터 나왔다. 길게 늘어선 줄.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발길을 돌릴까도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이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오래된 연인을 다시 만나는 듯한 설렘이랄까. 결국,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북적이는 사람들, 오가는 이야기 소리, 그리고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 그 모든 것이 기다림을 조금이나마 잊게 해 주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을 때, 문이 열리는 순간,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자리에 앉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테이블마다 놓인 커다란 철판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는 부대찌개. 햄과 소시지, 갖은 채소들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매콤한 향기가 침샘을 자극했다. 곧이어, 오늘의 주인공인 생선구이가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다섯 종류의 생선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고등어, 꽁치, 갈치, 조기, 그리고 이름 모를 또 다른 생선 한 마리.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생선들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특히 껍질 부분은 군데군데 노릇하게 탄 흔적이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가스불에 은은하게 구워지는 생선들을 보고 있자니, 어릴 적 할머니가 구워주시던 생선구이 냄새가 떠올랐다. 그때 그 시절, 따뜻한 밥상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웃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고등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망설임 없이 입 안으로 가져갔다. 바삭한 껍질을 깨무는 순간, 촉촉한 속살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과하지 않은 짭짤함이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꽁치를 맛볼 차례. 고등어보다 조금 더 기름진 꽁치는 특유의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뼈째 씹어 먹으니 고소함이 배가 되는 듯했다. 갈치는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조기는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좋았다. 비린 맛이 전혀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맛본 이름 모를 생선은 쫄깃한 식감이 독특했다.
생선구이를 맛보는 동안, 부대찌개도 어느새 맛있게 끓고 있었다. 햄과 소시지, 두부, 김치, 콩나물 등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간 부대찌개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온몸을 휘감았다.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국물은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고, 그냥 떠먹어도 좋았다.

부대찌개 안에는 쫄깃한 라면 사리도 들어 있었다. 라면은 국물을 듬뿍 머금어 더욱 맛있었다. 햄과 함께 먹으니 짭짤한 맛이 더해져 환상적인 조합을 자랑했다.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라면과 햄을 함께 올려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김치는 아삭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콩나물무침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으로 입 안을 개운하게 해 줬다. 깻잎장아찌는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하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생선구이는 아직도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서 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고, 부대찌개는 여전히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결국, 밥 한 공기를 더 시켰다.
다섯 종류의 생선을 번갈아 가며 맛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고등어는 짭짤한 맛이 좋았고, 꽁치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갈치는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이었고, 조기는 담백한 맛이 돋보였다. 이름 모를 생선은 쫄깃한 식감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만약 생선이 부족하다면 리필도 가능하다. 하지만 워낙 양이 푸짐해서 리필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다음에는 꼭 리필해서 먹어봐야지,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섰을 때, 비로소 기다림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한 시간이라는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오히려 기다림 덕분에 더욱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속초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 곳은 꼭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주차할 곳을 미리 알아두고 와야겠다. 주변 길가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은은한 생선 냄새가 가득했다. 그 냄새를 맡으니, 다시금 그 날의 맛있는 기억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나는, 그 맛을 잊지 못해 또 다시 긴 줄을 서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다. 기다림 끝에 맛보는 행복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으니까. 속초 맛집 탐방, 성공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