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에 온 일본인 친구와 특별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고민했다. 스시나 라멘 같은 흔한 일본 음식은 피하고 싶었고, 그렇다고 너무 맵거나 향이 강한 한식은 입맛에 안 맞을까 걱정이었다. 그러다 문득 친구가 예전에 족발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던 게 떠올랐다. 족발은 배달 음식으로만 접해봤지, 제대로 된 족발 전문점에서 먹어본 적은 없었던 터라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퇴근 시간, 붐비는 서울의 거리를 뚫고 도착한 곳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6시 반쯤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본관, 별관 모두 만석이라니. 역시 소문난 맛집은 다르구나 싶었다. 다행히 별관에 이름을 올려놓고 30분 정도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 기다리는 동안, 간판 너머로 풍겨오는 족발 삶는 냄새가 얼마나 사람을 애타게 하던지.

자리에 앉자마자 족발 (중) 자를 주문했다. 메뉴는 단일 메뉴라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족발 (중)은 뒷다리, (대)는 앞다리라고 한다. 우리는 양보다는 맛에 집중하기로 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본 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콩나물국, 동치미, 부추무침, 무생채, 그리고 쌈 채소. 하나하나 맛을 보니 족발과 곁들여 먹기 딱 좋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특히 콩나물국의 시원함은 기다림에 지친 갈증을 해소해주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족발이 나왔다. 접시 가득 담긴 족발의 윤기가 눈을 사로잡았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족발은, 보자마자 침샘을 자극했다. 사장님께서 일부러 일본인 친구가 좋아할 만한 ‘따족’으로 준비해주셨다고 한다. 따뜻하게 갓 삶아져 나온 족발은 살코기와 껍질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젓가락으로 족발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따뜻한 온기가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입안에 넣으니, 진한 양념 맛과 함께 쫀득한 젤라틴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살코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씹을 필요도 없이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양념은 달짝지근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특히 따뜻한 족발의 질감과 양념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지근하고 담백한 족발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집 족발은 달랐다. 양념이 진하고 따뜻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물리지 않고 계속해서 손이 갔다. 족발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시원한 콩나물국과 동치미 덕분이기도 했다. 쌈 채소에 족발 한 점, 마늘, 고추를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옆 테이블에는 간사이에서 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의 대화가 흥미로웠다. 연신 “오이시이!”를 외치며 족발을 극찬하는 모습에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졌다. 역시 서울 사람으로서, 맛집을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친구 역시 족발 맛에 완전히 매료된 듯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족발 먹으러 와야겠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족발을 먹는 동안, 가게 안은 더욱 북적거렸다.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니, 이 집이 얼마나 사랑받는 곳인지 알 수 있었다. 가게는 다소 협소했지만, 그만큼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껍질에 간혹 남아있는 털이 있다는 것. 하지만 맛있는 족발 맛에 비하면, 사소한 흠에 불과했다.

족발을 다 먹고 나니, 어느덧 서울의 밤은 깊어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섰다. 친구는 “정말 최고의 맛집이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나 역시 오랜만에 맛있는 족발을 먹고 기분이 좋았다. 특히 일본인 친구에게 한국의 맛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어서 더욱 뿌듯했다.

와글와글 족발은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맛집이다. 족발의 껍질 부위는 입에서 살살 녹고, 퍽퍽하기 쉬운 살코기 부위도 부드럽게 잘 삶아 낸다. 족발이 생각날 때면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푸짐하게 즐겨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