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부터 마음은 이미 첩첩산중, 푸른 바다를 닮은 밥상에 가 있었다. 안산호수탁구클럽 맴버들과 함께 떠난 울릉도 여행, 그 설렘의 정점에는 현지인이 추천하는 숨겨진 맛집, ‘늘푸른산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섬 특유의 청정한 기운을 가득 품은 산자락 아래, 그곳에서 맛볼 삼나물 비빔밥은 어떤 맛일까.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기대는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드디어 도착한 늘푸른산장. 식당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대형 버스들을 보고 순간 당황했지만, 단체 손님과 개별 손님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는 안내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을까, 아니면 늘푸른산장만의 배려 덕분이었을까. 큼지막하게 “늘푸른산장”이라 적힌 간판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고, 주변을 둘러싼 푸른 나무들이 싱그러움을 더했다. , 마치 숲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 그 첫인상부터가 남달랐다.

나무로 지어진 식당 내부는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였다. 넓은 홀에는 테이블이 간격을 두고 놓여 있었고, 창밖으로는 울릉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펼쳐졌다. 벽에는 울릉도 특산물과 관련된 사진과 정보들이 붙어 있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나물 비빔밥과 파전, 그리고 울릉도 막걸리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형형색색의 나물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고, 갓 구워진 파전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울릉도 막걸리는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삼나물 무침이었다. 짙은 초록색의 삼나물은 윤기가 흐르고 있었고, 그 위에는 곱게 채 썬 당근과 깨소금이 뿌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맛을 보니, 향긋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울릉도 청정 자연에서 자란 삼나물의 싱싱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었다. 사진 속 삼나물은 마치 정원의 축소판처럼, 초록색, 갈색, 주황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함께 나온 더덕무침 또한 훌륭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과 함께, 더덕 특유의 향긋함이 느껴졌다. 양념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더덕의 풍미를 잘 살려주어, 밥반찬으로도, 막걸리 안주로도 제격이었다.
본격적으로 삼나물 비빔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따뜻한 밥 위에 삼나물과 각종 나물들을 듬뿍 올리고, 고추장을 살짝 넣어 쓱쓱 비볐다. 젓가락으로 비빌 때마다, 나물들의 향긋한 향이 더욱 강하게 풍겨왔다. 드디어 한 입 크게 맛을 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삼나물의 향긋함, 쌉쌀함, 그리고 고소함의 조화! 씹을수록 느껴지는 다채로운 식감 또한 즐거움을 더했다. 정말이지,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파전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파전은, 해산물과 야채가 듬뿍 들어가 있어 풍성한 맛을 자랑했다. 특히, 오징어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함과 짭짤함이 어우러져 더욱 맛있었다. 파전 위에는 붉은 고추가 흩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음식들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울릉도 씨껍데기 막걸리! 시원하게 들이키니, 톡 쏘는 탄산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알코올 도수는 8도로, 제법 쎈 편이었지만,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왔다. 막걸리 한 잔에, 삼나물 비빔밥 한 입, 파전 한 조각을 번갈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물론, 삼나물 특유의 쌉쌀한 맛이 누군가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쌉쌀함 속에 숨겨진 울릉도의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쌉쌀한 인생의 맛을 닮았다고나 할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늘푸른산장은 더욱 운치 있게 보였다. 친절한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다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울릉도의 풍경은 더욱 아름다웠다. 푸른 바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리고 첩첩산중… 울릉도는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 그림 속에서 맛본 늘푸른산장의 삼나물 비빔밥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안산으로 돌아가서도, 문득문득 울릉도의 푸른 자연과 삼나물의 향긋함이 그리워질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씨껍데기 막걸리 대신, 울릉도 특산 소주인 ‘독도’를 한번 맛봐야겠다.

늘푸른산장에서는 삼나물 비빔밥 외에도 다양한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따개비 칼국수와 홍합밥은 꼭 먹어봐야 할 메뉴라고.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울릉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늘푸른산장을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싱싱한 삼나물과 함께, 울릉도의 푸른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자. 씨껍데기 막걸리는 적당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