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옅은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속초 먹거리 단지에 도착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오징어회와 물회로 명성이 자자한 한 식당. 주차 공간이 따로 없어 주변을 몇 바퀴나 빙빙 돌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생각에 불편함도 잊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침 10시라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테이블마다 비닐이 깔린, 마치 활어 센터 같은 소탈한 분위기가 정겨웠다.
이곳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 젊은 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오징어회를 주문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날은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주문이 불가능했다. 대신 전복과 가자미 반반 물회를 주문했다. 2만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을 만큼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했다.
밑반찬은 소박했지만, 메인 메뉴인 물회의 맛을 돋우기에는 충분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물회.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모습은 투박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붉은빛 육수 위에 가지런히 놓인 전복과 가자미, 그리고 채 썬 야채들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특히 전복의 뽀얀 자태는 신선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육수와 건더기를 섞으니,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향이 코를 찔렀다. 한 입 맛보니, 다른 물회 식당에 비해 초장 맛이 강하지 않아 해산물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가자미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고, 꼬들꼬들한 전복은 씹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육수였다. 새콤달콤한 맛에 익숙한 내 입맛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재료 본연에서 우러나오는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숙성된 동치미 국물을 마시는 듯 시원하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물회만 먹으니 약간 부족한 듯하여 공깃밥을 추가했다. 역시, 물회에는 밥을 말아 먹어야 제맛이다. 차가운 물회에 따뜻한 밥이 들어가니, 그 조화가 묘하게 어울렸다.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육수의 풍미는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게 만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야채의 양이 조금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무채가 대부분이라 다양한 식감을 즐기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신선한 해산물과 훌륭한 육수 덕분에 부족한 야채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아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식당 앞에서 줄을 서 있었다.
일요일 오전 10시에도 웨이팅이 없었던 건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성수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릴까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문득 오징어 물회를 먹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다른 후기를 보니 오징어회 양도 넉넉하고 신선하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오징어가 잡히는 날 다시 방문해야겠다.
물론, 전복/가자미 물회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왠지 모르게 오징어 물회에 대한 기대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속초에서 맛본 물회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속초의 바다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신선한 해산물과 깊은 풍미의 육수가 어우러진 그 맛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에는 꼭 오징어 물회에 도전하여 속초 물회 맛집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참고로, 이곳은 오징어 물회가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늦게 방문하면 맛볼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오징어 물회를 맛보고 싶다면, 오픈 시간에 맞춰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웨이팅은 각오해야겠지만…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기다림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니까.
속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에서 물회 한 그릇 맛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속초의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