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왠지 모르게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드라이브 겸 파주로 향하던 길, 문득 오래전 TV에서 봤던 탤런트 박철호 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이름을 건 주막이 덕이동에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망설임 없이 핸들을 틀었다. 덕이동은 낯선 이름이었지만, 왠지 모를 끌림이 있었다. 옷가게보다 맛집으로 더 유명하다는 이야기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었다.
주막 앞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에 놀랐다. 건물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늘을 향해 뻗은 벽돌색 건물과 그 위에 얹어진 ‘덕이동 주막’ 간판은 마치 오래된 영화 세트장 같았다. 특히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주막’ 두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힌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참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넓은 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2층에는 단체석도 마련되어 있는지, 모임으로 보이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높은 천장 아래 샹들리에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고, 나무로 된 벽면과 기둥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벽 곳곳에는 오래된 영화 포스터와 사진들이 걸려 있어, 마치 추억 속의 공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참고)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털레기를 비롯해 다양한 한식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털레기는 알산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이라고 한다. 서오능 근처의 유명한 털레기 식당과 비교되곤 한다는데, 양이 푸짐하다는 이야기에 털레기를 주문하고, 왠지 모르게 녹두전도 함께 시켜보기로 했다.
잠시 후, 기다리던 털레기가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큼지막한 면발과 야채들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국자로 털레기를 휘저으니, 바닥에 숨어있던 건새우와 감자, 호박 등 다양한 재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된장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맛은, 텁텁하지 않고 깔끔했다. 면발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건새우는 톡톡 터지는 식감과 함께 감칠맛을 더했다. 특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감자는 포슬포슬한 식감과 달콤한 맛으로 털레기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털레기를 먹는 동안, 함께 주문한 녹두전도 나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녹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기름에 푹 젖은 녹두전이 아니라, 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둘러 구워낸 듯한 느낌이었다. 젓가락으로 찢어 입에 넣으니, 고소한 녹두 향과 함께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녹두전 위에 얹어진 잘게 썰은 채소들은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과 함께 신선함을 더했다. 참고)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밑반찬으로 나온 열무김치였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과 함께,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감칠맛이 났다. 털레기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털레기 국물 한 입, 열무김치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털레기와 녹두전을 정신없이 먹고 나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푸짐한 양 덕분에,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는 쭈꾸미볶음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테이블에서 쭈꾸미볶음을 먹는 모습을 보니,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며 군침을 돌게 했다. 특히 쭈꾸미볶음 위에 뿌려진 깨소금이 인상적이었다. 참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직원분들이 친절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님이 많아서인지, 다소 기계적인 응대였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푸짐한 양 덕분에, 직원들의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탤런트 박철호의 덕이동 주막. 푸짐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털레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덕이동이라는 낯선 동네에서,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쭈꾸미볶음과 함께, 막걸리도 한잔 기울여봐야겠다.
창밖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따뜻한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지고, 푸른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평화로웠다. 창가에 붙어있는 메뉴판에는 ‘녹두전 (1장) 9000원’이라는 글자가 정겹게 쓰여 있었다. 참고)
주막을 나서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푸짐한 인심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덕이동은 이제 나에게, 단순한 동네 이름이 아닌, 추억과 행복이 깃든 특별한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에 또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나는 망설임 없이 덕이동 주막으로 향할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벌써부터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