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듯한 고택에서 즐기는 포천의 참 맛, 기와골에서 찾는 숨겨진 갈비 맛집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방문하는 날이면, 낡은 대문 앞에서부터 풍겨오는 흙냄새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기와지붕이 나를 감쌌다. 그 따뜻하고 푸근한 기억을 찾아 떠난 곳이 바로 포천, 그중에서도 100년이 넘은 한옥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기와골’이었다. 서울에서 꽤 떨어진 거리였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면 그 정도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

국립수목원을 지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과연 소문대로 고즈넉한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드넓은 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들로 붐볐지만, 다행히 빈자리를 찾아 주차할 수 있었다. 낡은 기와지붕과 빛바랜 나무 문, 그리고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50명 정도는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법한 넓은 공간은 단체 식사 장소로도 안성맞춤일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친절한 직원분들이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미리 예약했기에,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룸은 아늑하고 조용해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테이블에 놓인 메뉴판을 살펴보니,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오리진흙구이였다. 하지만 돼지갈비와 이동갈비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듯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첫 방문인 만큼 가장 유명한 메뉴를 맛보기로 결정했다.

오리진흙구이는 3시간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고 해서, 도착하기 전에 미리 주문해두었다. 혹시 예약 없이 방문했다면, 아쉽지만 다른 메뉴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2시에 예약을 했지만, 조금 일찍 도착했다.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시까지 기다려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융통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워낙 손님이 많은 시간대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리진흙구이가 나왔다. 찜기 같은 그릇에 담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리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마치 북경오리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이었다. 직원분께서 먹기 좋게 손질해주시자, 우리는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뜨거운 김이 솟아오르는 오리 진흙 구이
따끈한 김이 피어오르는 오리진흙구이의 향긋한 자태

젓가락으로 살코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정말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오리 특유의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오리 뱃속에 가득 찬 찰밥은 다양한 곡물과 견과류가 들어가 있어 씹는 재미까지 더했다. 찰밥만 따로 먹어도 맛있었지만, 오리고기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콩나물무침과 무말랭이는 전혀 맵지 않아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샐프바 코너에 상추가 있어서, 오리고기를 상추에 싸서 콩나물과 함께 먹으니 더욱 신선하고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오리진흙구이 한 마리는 성인 3명이 먹기에 적당한 양이었다. 우리 가족은 양이 조금 많은 편이라, 이동갈비를 추가로 주문했다. 숯불 위에 올려진 양념갈비는 달콤한 향을 풍기며 우리의 식욕을 자극했다. 돼지갈비는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과하게 달거나 짜지 않고 딱 적당한 맛이었다. 초벌구이로 제공되어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더욱 맛있었다.

오리구이와 함께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
다채로운 색감과 정갈함이 돋보이는 밑반찬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동갈비보다는 오리진흙구이가 훨씬 맛있었다. 이동갈비는 고기가 부드럽고 나쁘지 않았지만, 양념이 조금 달고 특색이 없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오리진흙구이는 4점, 이동갈비는 3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훈제오리나 단호박훈제오리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넓은 마당과 아름다운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을 위한 그네와 시소 등의 놀이 시설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일 듯했다. 우리는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시골집에 놀러 온 듯한 정겨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테이블 위 뽀얀 속살을 드러낸 오리구이
촉촉한 육즙이 느껴지는 오리구이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냉면은 8천원이나 하는 가격에 비해 맛이 별로였다는 평이 있었고, 된장찌개는 맛있었지만 밥이 별도로 제공되었다. 또한, 일부 손님들은 소갈비가 너무 얇고 뼈만 많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음식 맛은 훌륭했고, 특히 오리진흙구이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기와골’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닌, 시간과 추억을 함께 판매하는 공간이었다. 100년이 넘은 한옥에서 즐기는 식사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정겨운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는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와골 메뉴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기와골 메뉴판

포천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기와골’을 강력 추천한다. 100년 고택의 멋스러움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는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오리진흙구이는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단, 방문 전에 미리 예약하는 것을 잊지 말자.

푸짐하게 차려진 오리진흙구이 한상차림
오리진흙구이와 함께 풍성하게 차려진 한 상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
정갈한 테이블 세팅
정갈한 밑반찬 클로즈업
신선함이 느껴지는 밑반찬들
먹음직스러운 오리구이 단면
살코기와 찰밥의 조화
오리구이 속 찰밥
다양한 곡물이 섞인 찰밥
시원한 냉면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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