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댐 숨은 보석, 동악골 향어골식당에서 맛보는 인생 메기 매운탕과 향긋한 추억의 맛집 기행

오랜만에 고향 땅, 안동을 찾았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안동댐의 풍경을 눈에 담고 나니, 뱃속에서 꼬르륵 신호가 왔다. 안동에 왔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음식이 있었다. 바로 칼칼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메기 매운탕이었다.

어디로 발걸음을 향할까 고민하던 찰나, 20년 넘게 안동을 지켜온 지인의 추천이 떠올랐다. “안동댐 근처 동악골에 가면 ‘향어골식당’이라고 있는데, 거기 메기 매운탕이 아주 끝내준다”라는 말과 함께.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다.

안동댐에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4km 정도 들어가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졌다. 짙푸른 녹음이 우거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향어골식당은, 붉은색으로 큼지막하게 쓰여진 간판 덕분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한옥 스타일의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정겹게 느껴졌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다. 역시 숨겨진 안동 맛집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향어골식당 외부 전경
푸르른 녹음 속에 자리 잡은 향어골식당의 정겨운 모습.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홀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분리된 방들에서는 가족 단위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 예약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방 안은 아늑하고 정갈했으며, 테이블과 의자로 바뀐 덕분에 한결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뉴판을 보니 메기 매운탕 외에도 쏘가리 매운탕, 잉어찜, 닭볶음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이곳의 대표 메뉴인 메기 매운탕을 3인분 주문했다. 가격은 1인분에 11,000원으로,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반찬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시금치나물,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버섯볶음, 아삭한 깍두기 등 모두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특히 시금치 나물은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라, 젓가락이 계속 향했다.

싱싱한 시금치 나물
어릴 적 할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시금치 나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 메기 매운탕이 등장했다. 묵직한 뚝배기 가득 담긴 매운탕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붉은 국물 위로 듬뿍 올려진 미나리와 깻잎은 향긋한 향을 더했고, 큼지막한 메기 살은 푸짐함을 자랑했다.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 국물을 한 입 맛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흔히 민물 매운탕에서 느껴질 수 있는 흙냄새는 전혀 없었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경상도 특유의 칼칼함이 느껴지는 국물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계속 들이키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메기 살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했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뼈와 쉽게 분리될 정도로 부드러웠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특히 미나리와 함께 먹으니 향긋함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향긋한 미나리가 듬뿍 들어간 메기 매운탕
미나리의 향긋함이 메기 매운탕의 풍미를 더한다.

매운탕 안에는 쫄깃한 수제비와 당면도 넉넉하게 들어있었다. 특히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수제비는, 얇고 쫄깃해서 먹는 재미를 더했다. 국물을 듬뿍 머금은 당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향어골식당에서는 갓 지은 돌솥밥도 함께 제공된다. 윤기가 흐르는 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했지만, 매운탕 국물에 살짝 적셔 먹으니 더욱 꿀맛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난 후에는 돌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었다. 구수한 누룽지는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돌솥밥과 함께 차려진 메기 매운탕 한 상
갓 지은 돌솥밥과 메기 매운탕의 환상적인 조화.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텅 비어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20년 넘게 한자리에서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향어골식당. 그 비결은 신선한 재료와 정성 가득한 손맛에 있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향어골식당은 더욱 운치 있게 느껴졌다. 안동댐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맛있는 메기 매운탕을 즐길 수 있었던 향어골식당. 안동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메기 매운탕과 돌솥밥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메기 매운탕과 돌솥밥.

돌아오는 길, 따뜻하고 든든한 기분과 함께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고향의 맛은 역시 언제나 옳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안동 지역의 향토 음식 맛집 탐방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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