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되짚는 맛, 영등포시장 골목 안 호박집에서 만난 순대국밥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영등포로 향했다. 복잡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한 조각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좁고 활기 넘치는 시장 골목, 그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순대국밥집에서 풍겨 나오던 따뜻한 김과 냄새. 1966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노포, 호박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영등포시장에 들어서자, 과연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활기찬 상인들의 목소리와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장을 보러 왔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멀리서도 눈에 띄는 ‘호박집’ 간판이 보였다. 낡은 간판에서는 세월의 깊이가 느껴졌지만, 어쩐지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호박집 외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호박집 외부 모습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좁은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KBS 라디오 피디 장충길 님의 호박집 찬양시가 붙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런닝맨을 비롯한 여러 방송에도 소개된 맛집이라고 한다. 나는 벽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순대국밥과 머리고기, 술국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듬 정식’이었다.

“정식 하나 주세요.”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밑반찬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깍두기와 갓김치, 파배추김치 등 정갈하게 담긴 김치들이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곧이어 서비스로 편육 몇 점이 나왔다. 갓 삶아져 나온 듯 따뜻하고 부드러운 편육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푸짐한 편육 한 상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편육과 다양한 곁들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대국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뽀얀 국물과 함께 푸짐한 건더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들깨가루와 다진 양념이 듬뿍 올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코를 찌르는 돼지 냄새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냄새에서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모듬 순대국밥 한 상 차림
순대와 수육, 국밥까지 푸짐한 한 상 차림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돼지 뼈를 오랜 시간 고아낸 육수는,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냈다. 들깨가루의 고소함과 다진 양념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국밥 안에는 순대와 머리고기, 내장 등 다양한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특히 직접 만든다는 수제 순대는,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일반적인 당면 순대와는 달리, 찹쌀과 채소가 가득 들어간 순대는, 씹을수록 풍성한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순대
겉은 쫄깃, 속은 촉촉한 수제 순대의 자태

머리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다. 잡내 없이 깔끔하게 손질되어 나온 머리고기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깍두기나 김치와 함께 먹으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내장 역시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곱창은 씹을수록 고소한 기름이 터져 나와 입안 가득 풍미를 더했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국밥에 말아, 깍두기를 올려 한 입 크게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뜨끈한 국물과 쫄깃한 순대, 아삭한 깍두기의 조화는, 잃어버렸던 입맛까지 되살아나게 하는 듯했다. 정신없이 순대국밥을 먹고 있자니, 옆 테이블에서는 술국을 시켜 소주를 기울이는 손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다대기가 올라간 순대국밥
진한 국물에 다진 양념을 더해 얼큰하게 즐기기

순대국밥을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머리고기 수육을 추가로 주문했다. 뽀얀 자태를 뽐내는 수육 위에는, 고소한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수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수육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윤기가 흐르는 수육
촉촉하고 부드러운 머리고기 수육

수육을 먹으면서, 문득 사장님의 친절함에 감동했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네고,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오래된 가게이지만,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는 내부 또한 인상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저녁 시간이었다. 배는 든든했지만, 마음은 더욱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호박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영등포시장은 여전히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좁은 골목을 따라 늘어선 가게들에서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역사가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시장을 걸으며,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시절에는 몰랐던 시장의 정겨움과 따뜻함이, 이제는 가슴 깊이 느껴졌다.

정갈한 밑반찬
순대국밥과 환상 궁합을 자랑하는 밑반찬들

영등포 맛집 호박집은, 단순히 맛있는 순대국밥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정겨운 분위기와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영등포시장 호박집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어쩌면 나는 순대국밥 한 그릇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되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에 또 영등포에 올 일이 있다면, 잊지 않고 호박집에 들러 따뜻한 순대국밥 한 그릇을 먹어야겠다. 그곳에는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인심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수육과 곁들임
수육을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
수육 한 상 차림
푸짐한 수육 한 상
다양한 곁들임
수육과 함께 즐기는 다양한 곁들임 반찬
호박집 메뉴
호박집 메뉴 안내
호박집 전경
호박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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