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교보문고에서 오래도록 벼르던 책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 책장을 넘기는 설렘도 잠시, 꼬르륵 울리는 배꼽시계는 어쩔 수 없었다. 서둘러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하얀 간판에 태국 국기가 그려진 작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지나칠 뻔했지만, 왠지 모르게 발길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간판에는 ‘Baan Saeb’이라는 영문과 함께 ‘태국 식당’이라는 한글이 적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반쌥’은 태국어로 ‘맛있는 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름부터 맛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곳이었다.
문 앞에 세워진 작은 입간판에는 런치 메뉴가 적혀 있었다. 팟타이, 똠얌꿍, 푸팟퐁커리… 태국 음식 특유의 향긋한 향신료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그래, 오늘 점심은 왠지 모르게 태국 음식으로 정해야 할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라탄 의자가 놓여 있는 모습이 편안함을 더했다. 벽면에는 태국의 풍경 사진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걸려 있어, 마치 작은 방콕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익숙한 팟타이부터 쏨땀, 푸팟퐁커리, 똠얌꿍 등 다양한 태국 음식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칠리 농어와 마사만 커리 같은 흔치 않은 메뉴들은 다음에 꼭 한번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잠시 고민 끝에, 나는 똠얌꿍 스타일의 똠얌 완탕 쌀국수를 주문했다. 평소 똠얌꿍을 즐겨 먹는데, 완탕과 쌀국수의 조합은 어떤 맛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주문을 마치고 가게를 둘러보니,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손님들이 꽤 많았다. 혼자 온 손님부터 연인,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태국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국수,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푸팟퐁커리, 새콤달콤한 쏨땀 등이 놓여 있었다. 저마다의 향긋한 향을 뽐내는 음식들을 보고 있자니, 빨리 내 음식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졌다.
드디어 똠얌 완탕 쌀국수가 나왔다. 붉은 빛깔의 국물 위로 새우 완탕과 레몬그라스, 다진 고기가 얹어져 있었다. 똠얌꿍 특유의 새콤달콤매콤한 향이 코를 찌르며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환상적인 맛이었다. 톡 쏘는 듯한 레몬그라스 향과 매콤한 고추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새콤달콤한 맛은 혀를 즐겁게 하고, 매콤한 맛은 입맛을 돋우었다. 마치 태국 현지에서 먹는 똠얌꿍처럼,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면발은 부드럽고 쫄깃했다. 쌀국수 특유의 찰진 식감이 똠얌꿍 국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면을 후루룩 먹을 때마다, 똠얌꿍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쌀국수와 함께 얹어진 새우 완탕도 일품이었다. 탱글탱글한 새우 살이 꽉 차 있어, 씹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육즙이 똠얌꿍 국물과 어우러져 더욱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다진 고기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똠얌꿍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면의 양이 조금 적다는 것이었다. 똠얌꿍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면을 다 먹고도 국물을 계속 떠먹게 되었다. 다음에는 곱빼기로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똠얌 완탕 쌀국수와 함께 사이드 메뉴로 코코넛 치킨도 주문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코코넛 치킨은, 똠얌꿍의 매콤한 맛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코코넛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치킨은, 똠얌꿍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코코넛 치킨은 먹기가 다소 불편했다. 치킨의 크기가 사이드 메뉴라고 하기에는 다소 컸고, 코코넛으로 양념이 되어 있어 바삭함이 강해 부스러기가 많이 발생했다. 칼로 잘라먹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맛은 훌륭했으니, 다음에는 좀 더 작은 크기로 잘라져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자칭 ‘고수천국불신지옥’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똠얌 완탕 쌀국수에 고수를 듬뿍 넣어 먹었다. 톡 쏘는 고수 향이 똠얌꿍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혹시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주문 전에 미리 빼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런치 가격으로 할인된 가격에 똠얌 완탕 쌀국수를 즐길 수 있었다. 덕분에 더욱 저렴하게 맛있는 태국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방문하면 런치 가격으로 더욱 저렴하게 즐길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반쌥에서의 식사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똠얌 완탕 쌀국수는 똠얌꿍 특유의 새콤달콤매콤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코코넛 치킨은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다만, 면의 양이 조금 적었고, 코코넛 치킨을 먹기가 다소 불편했던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음식 맛은 훌륭했으니,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쌥은 트렌디한 분위기 속에서 태국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주차가 다소 어려운 주택 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훌륭한 음식점이라고 생각한다. 태국 음식을 즐겨 먹지 않는 사람도 쉽고 맛있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다. 혼자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기에도 좋고,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특히 푸팟퐁커리는 반쌥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이다. 부드러운 소프트크랩을 바삭하게 튀겨, 매콤한 커리 소스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게튀김을 먹고 난 후 밥을 추가해서 커리 소스에 비벼 먹으면,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 쌀국수, 텃만꿍 등 다른 메뉴들도 훌륭하니, 취향에 따라 다양한 메뉴를 즐겨보자.
반쌥은 현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다양한 태국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태국 고급 요리점에서 맛볼 수 있는 퀄리티 높은 태국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목동에서 태국 음식 맛집을 찾는다면, 반쌥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몇몇 리뷰에서는 홀 직원분의 서비스가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테이블에 기본 샐러드가 나오지 않거나, 좁은 테이블로 안내를 받거나, 불친절한 말투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 그런 불편함을 겪지 않았다. 직원분들은 친절했고, 음식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해주었다. 아마도 서비스 부분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반쌥은 생긴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부터 입소문이 자자한 목동의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가성비도 좋지만, 무엇보다 맛이 훌륭하다. 특히 평일 런치에 즐기는 푸팟퐁커리는 혜자스러운 가격으로 맛볼 수 있으니, 꼭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다음에는 쏨땀과 푸팟퐁커리를 꼭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칠리 농어와 마사만 커리도 잊지 않고 주문해야지. 반쌥의 모든 메뉴를 맛보는 그날까지, 나의 태국 음식 맛집 기행은 계속될 것이다. 목동에서 만난 작은 방콕, 반쌥! 앞으로 나의 단골 맛집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돌아오는 길, 코끝에 맴도는 레몬그라스 향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마치 짧은 태국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방문해서, 반쌥의 맛있는 태국 음식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의 목동 맛집 탐방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