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일 점심, 나주 시청 근처는 활기가 넘실거렸다.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가운데, 나 역시 점심 식사를 위해 나주에서 오래된 굴비 맛집이라는 ‘빼비’를 향했다. 평소 보리굴비를 즐겨 먹는 터라, 나주의 숨겨진 맛집이라는 이곳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낡은 벽돌 건물에 자리 잡은 빼비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건물 외벽에는 ‘모범음식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굴비백반전문’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게 앞에는 점심시간을 알리는 듯, 벌써부터 몇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리모델링을 거쳤는지, 오래된 식당이라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다. 오픈 키친이라 더욱 믿음이 갔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일 점심시간에만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테이블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나주 사람들은 다 아는 숨은 맛집인가 보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이 굴비백반정식 1인분을 주문했다. 이곳은 단일 메뉴로 굴비정식만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굴비였다. 보통 보리굴비는 차갑게 나오는데, 이곳의 굴비는 오븐에서 구운 듯 따뜻하고 바삭했다. 굴비 특유의 쩐내도 전혀 나지 않았고,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굴비는 정통 굴비가 아닌 부세조기 같았지만, 맛은 정말 훌륭했다.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시골밥상처럼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는데, 특히 김치 맛이 인상적이었다. 직접 담근 김치라고 하는데, 판매한다면 사가지고 가고 싶을 정도였다. 콩나물, 시금치, 깻잎 등 다양한 나물들은 간이 적당했고, 굴비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그리고 빼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애호박찌개다. 예전에는 애호박찌개를 따로 판매하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굴비정식을 시키면 서비스로 제공된다.

서비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고 깊은 맛을 자랑했다. 애호박과 두부가 듬뿍 들어있어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굴비와 함께 밥에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녹차물에 밥을 말아서 굴비 한 점 올려 먹으니,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최고였다. 굴비의 짭짤함과 녹차의 은은한 향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밥도 어찌나 맛있던지, 녹차물에 말아 먹는 것도 좋았지만 밥만 따로 먹어도 꿀맛이었다.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굴비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운 내 모습에 스스로도 놀랐다. 그만큼 음식이 맛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빼비가 왜 나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향토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굴비의 맛은 물론이고, 정갈한 밑반찬과 푸짐한 애호박찌개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굴비백반 1인분에 17,000원인데, 솔직히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물론 맛은 훌륭하지만, 가격적인 부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평일 점심에만 영업을 한다는 점도 아쉬웠다. 주말에는 맛볼 수 없다는 것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싶은 나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굴비 맛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나주에서 보리굴비를 먹어본 곳 중 단연 최고였다. 굴비 특유의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았고,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 정말 좋았다.
다음에 또 나주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빼비에 들러 굴비백반을 맛볼 것이다. 그때는 부모님을 꼭 모시고 와서, 이 맛있는 굴비를 함께 즐기고 싶다. 나주에서 제대로 된 보리굴비를 맛보고 싶다면, 빼비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굴비 한 점의 여운이 입가에 맴돌았다. 나주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 빼비. 다음에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