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으로 향하는 길, 내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바다 내음 가득한 그곳에서 맛볼 특별한 물회 한 그릇을 향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싱싱한 해산물과 넉넉한 인심이 살아 숨 쉬는 포항 죽도시장, 그 활기 넘치는 풍경 속에서 숨겨진 맛집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수*횟집’이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이 집만의 특별한 물회에 대한 상상을 펼쳤다. 흔히 먹던 새콤달콤한 물회와는 다른, 오직 포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물회라니. 꼬들꼬들한 회와 시원한 육수가 어우러진 물회는 더운 여름날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음식이 아니던가.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50미터 정도 걸으니, 붉은색 천막 아래 “수*횟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에는 40분 정도의 웨이팅이 있었다. 역시 소문난 맛집은 다르구나.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에서 쉴 새 없이 칼질을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얇게 썰린 회는 그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좌식 테이블로 이루어진 아담한 공간은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메뉴판은 단출했다. 물회와 회덮밥, 그리고 도다리 물회가 전부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물회를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과 함께 오늘의 주인공인 물회가 등장했다. 그런데, 내가 상상했던 물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붉은 양념에 잘 버무려진 회와 채소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지만, 국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회비빔밥 같은 비주얼에 살짝 당황했지만, 이것이 바로 포항식 물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잘게 다져진 우럭회 위로 김 가루, 오이, 배가 소담스럽게 올려져 있고, 톡 터지는 듯한 깨소금이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다. 중앙에는 주황색 빛깔의 무언가가 살포시 얹어져 있었는데, 아마도 당근을 잘게 썰어 올린 듯했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비니, 고소한 참기름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그 향긋함에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첫 젓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게 물회라고?”라는 놀라움과 함께, 지금까지 내가 먹어왔던 물회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우럭의 식감과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고추장의 깊은 감칠맛과 참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회를 너무 잘게 썰어 회의 쫄깃한 식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오히려 잘게 썰린 회가 양념과 더 잘 어우러져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마치 섬세한 칼국수 면발처럼, 혀끝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한 식감은 정말 훌륭했다.
물회와 함께 제공되는 밑반찬도 훌륭했다. 특히, 시원한 조개탕은 물회의 매콤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뽀얀 국물 속에는 뽀얗고 통통한 조갯살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이 정말 일품이었다. 이 외에도 멸치볶음, 김치, 땅콩 등 다양한 밑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나왔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멸치볶음은 밥 도둑이 따로 없었다.
어느 정도 물회를 즐긴 후, 나는 밥을 비벼 먹기로 했다. 따뜻한 밥을 넣고 쓱쓱 비비니,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회덮밥과는 또 다른, 포항식 물회만의 특별한 맛이었다.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골고루 배어들어, 입안에서 풍성한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나는 물을 넣지 않고 비빔회처럼 먹는 것을 선호했지만, 취향에 따라 물을 부어 물회처럼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물을 넣는 것보다 밥에 비벼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듯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물회에 대한 자부심 넘치는 설명도 곁들여주셨다. 특히, 곱빼기를 없앤 이유에 대한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푸짐한 양으로 손님들에게 만족을 드리기 위함이라고. 실제로, 양이 상당히 많아서 배부르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수*횟집’의 물회는 흔히 먹는 물회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음식이었다. 시원한 국물 대신, 고추장 양념과 참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비빔회 스타일의 물회는 내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신선한 우럭과 채소의 조화, 그리고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는 이 곳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이유였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나는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속으로 “물론입니다”라고 대답하며, 다음 포항 여행 때도 꼭 다시 방문할 것을 다짐했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맛본 ‘수*횟집’의 물회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포항의 정(情)과 맛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혹시 포항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물회와 회덮밥의 차이는 양념의 종류인데, 물회에는 배가 들어가고 고추장 베이스로, 회덮밥에는 무생채가 들어가고 초장 베이스로 만들어진다는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은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죽도시장을 나섰다. 석양이 드리운 포항의 바다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내 마음속에는 ‘수*횟집’의 물회 맛이 오래도록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