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추억을 자극하는 맛을 찾아 떠나는 미식 여행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번에는 경남 거창으로 향했다. 거창IC를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낡은 듯 정감 있는 외관의 일식집 ‘벽담’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외벽에 흰색으로 쓰인 큼지막한 가게 이름이 어딘가 모르게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겼다. 도시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조용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가 따뜻한 느낌을 더했고, 은은한 조명이 편안함을 선사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돈가스, 덮밥, 라멘, 소바 등 다양한 일식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믹스카츠동과 치즈가츠정식을 주문했다. 벽담정식도 궁금했지만, 오늘은 좀 더 특별한 메뉴를 맛보고 싶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에, 얼른 젓가락을 들었다.
믹스카츠동은 푸짐한 양에 감탄했다. 큼지막한 새우튀김과 돈가스가 밥 위에 듬뿍 올려져 있었는데, 재료를 아끼지 않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새우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튀김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돈가스 역시 두툼한 고기와 바삭한 튀김옷의 조화가 훌륭했다.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든 달콤 짭짤한 소스 또한 믹스카츠동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치즈가츠정식은 비주얼부터 남달랐다. 보통의 치즈가츠와는 다르게, 치즈가 돈가스 안에 길쭉하게 들어 있었다. 젓가락으로 돈가스를 집어 올리니, 따뜻한 치즈가 부드럽게 늘어졌다. 입안에 넣으니, 고소한 치즈와 바삭한 돈가스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가스의 튀김옷은 느끼함 없이 깔끔했고, 고기의 육즙은 풍부하게 느껴졌다. 곁들여 나온 샐러드와 밥, 미소시루 또한 치즈가츠정식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흑임자가 톡톡 터지는 돈가스 소스는 고소한 풍미를 더해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벽담에서는 튀김류 외에도 덮밥류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믹스카츠동에 들어간 돈가스와 새우튀김의 맛을 보니, 다른 덮밥 메뉴들도 분명 훌륭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에는 규동이나 가츠동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치킨 가라아게는 튀김옷이 조금 딱딱해서 아쉬웠다. 겉바속촉의 완벽한 가라아게를 기대했지만,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서 닭고기의 부드러운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소바는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쯔유의 맛이 너무 강해서 소바의 은은한 맛을 가려버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튀김류나 덮밥류는 정말 맛있었기 때문에, 소바는 다음 기회에 다른 메뉴로 대체할 생각이다.

벽담의 또 다른 매력은 깔끔한 분위기다. 식당 내부는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식당 한쪽에 마련된 수조는 인상적이었다. 수조 안에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가득했는데, 사장님의 꼼꼼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백종원 대표가 와도 칭찬할 만큼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몰려서 웨이팅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예약도 받지 않기 때문에,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부 방문객들은 서비스가 다소 퉁명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거창에서 맛있는 일식을 맛보고 싶다면, 벽담을 추천한다. 특히, 믹스카츠동과 치즈가츠정식은 꼭 한번 먹어보길 바란다.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에 분명 만족할 것이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맛보러 다시 방문해야겠다. 거창 맛집 벽담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니,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따뜻한 지역 맛집 기행이었다.



